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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글 Aug 21. 2024

나에게 남은 너를 떠올리며

시험 공부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든 어스름한 새벽, 기숙사 방 안은 고요했다. 나는 희미하게 깔린 스탠드 조명 아래 엎드려 있었고, 누군가가 이불을 덮어주며 나를 작게 토닥였다. 가볍고 따뜻한 손길에, 마치 그 순간이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다.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었을 때, 문득 깨달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느끼는 이 익숙한 손길,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그 순간 내가 알고 있던 현실은 이 사람이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창문을 비추고 있었지만, 방금 전까지 함께했던 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는 늘 붙어 다녔고, 그의 곁에서 나는 언제나 편안했다. 친구는 내게 단순한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나에게는 정말이지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의 조용한 미소와 침착한 태도는 나에게 언제나 큰 위안이 되었다.




친구는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덤덤한 성격이었고, 나는 감정의 파도에 쉽게 휩쓸리곤 했다. 그는 언제나 차분했다. 다른 사람들이 뜨거운 물잔을 잡고 "앗 뜨거!" 하고 놀랄 때, 그는 그저 가만히 손을 대고 "좀 뜨겁네."라며 미소를 지었다. 친구와 함께하는 동안, 나도 조금은 덤덤해진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지금도 뜨거운 물잔을 보면 친구가 떠오른다.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새삼 내가 그를 얼마나 동경했는지 상기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서로의 길을 걸어가면서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나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사람이었지만, 친구에게 나는 그저 여러 친구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물결이 잔잔하게 퍼지듯, 우리는 서서히 서로의 일상에서 멀어져 갔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조금씩 쓸쓸해지고는 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갔다. 이제는 연락조차 드물어졌고, 그 친구는 나의 일상에서 멀어진 존재가 되었다. 한때는 죽고 못 살 것 같던 친구였지만, 이제는 그리워도 닿을 수 없는 거리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 친구와의 관계가 변해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 시절의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친구가 꿈속에 나타났던 그 순간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는 그리움보다는 따뜻함으로 바뀌어 있다. 친구가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토닥이던 그 순간이 지금도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한때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 멀어지기도 하고, 절대 친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도 친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그 친구와 함께했던 기억은 여전히 내 안에서 소중하게 남아 있다. 그 기억들이 내 안에서 차분히 자리 잡고, 나를 덤덤하게 만들어주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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