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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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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글
Sep 30. 2024
그리 깊지 않은 대화
다른 팀이 연습할 악기를 셋팅하는 동안, 나는 연습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회사일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크지 않은 연습실에는 모두의 저녁을 대신할 간단한 음식과 맥주 몇 캔이 있었다. 와글와글 모인 사람들 틈에서 나는 하염없이 떡볶이를 보다 옆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나 맥주 한 입만 먹어도 돼?"
나와 같은 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동갑내기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맥주를 한 입 먹는단건 또 뭐야. 종이컵에 따라줄게."
대화는 짤막하게 끝났다. 시끌시끌한 소리에 머리를 텅 비우고 있을때쯤 앞 팀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너, 나랑 전공 똑같더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니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갑자기 니체라니. 예상치 못한 질문에 푸핫,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이없으면서도 신선했다.
6분짜리 곡이 흐를동안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좀 더 친해지면 말하겠다고 대답했다. 대답하고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넌 장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번엔 친구가 푸핫 웃었다. 마치 내 반응을 예측이라도 한 듯, 나와 같은 대답을 했다.
“나중에 친해지면 말해 줄게.”
노래가 끝나고 우리의 합주가 시작됐다. 꽤 어려운 곡이었고, 내가 늘 긴장하는 구간이 있는 곡이었다. 피아노와 기타만 연주하기에 모두의 귀가 집중되는 그 구간. 그런데 그 대화를 나눈 덕분일까. 어쩐지
덜
긴장
됐고, 마음
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 친구랑은 더 가깝게 지내도 좋겠다.’
니체와 장자라는 다소 어이없는 주제를 대수롭지 않게 주고받은 그 짧은 순간이 어쩐지 꽤 마음에 들었다.
우연히 노래가 6분씩이나 되었던 덕분에 그리 깊지도, 얕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악기 소리에 묻혀 듣지 못한 채 생략된 단어들도 많았겠지만, 그럼에도 대화는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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