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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06. 2019

나에겐 부유하는 마음 조각이 있어

마음이 힘들다. 뜻대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밑으로 가라앉았다. 6월의 어느 목요일, 폭우가 쏟아지던 날, 조금 쉬다 가려한 카페에서 머물기만 했을 뿐 전혀 쉬지 못했다.  가져간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젖어버린 정장 바지처럼 무겁게 밑으로 꺼져갔다. 


집에 오니 별똥별이 쏟아지듯 피곤함이 밀려와 눕고만 싶어졌다. 온몸이 물을 먹은 수건과 같아 손을 놓으면 퍽- 소리를 내며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한동안 좋아하던 글도, 책도, 음악도 흥미가 사라졌다. 서있으면 우중충한 하늘을, 침대에 누우면 바로 옆 서랍을 멍하니 보게 됐다. 나만 이렇게 멈춰있는 듯이.


나에겐 부유하는 마음 조각들이 있다. 난 그 마음을 종이에 적어 곱게 접은 후, 얇게 부우욱 찢어 눈을 만들었다. 여름 장마가 시작된 즈음 뿌리기 위해 많은 종이 눈을 만들었다. 그 해 여름엔 볼 수 없는 눈이 내렸고, 비와 함께 떨어진 마음 조각은 젖어 찢겼고, 끝내 녹아버렸다. 그것들 보며 생각했다. 




왜 내 마음은 연약할까?




강해지라고 하는 세상에 약함의 혁명을 일으키고 싶다. 한없이 약해져 모든 것을 흡수해 더 이상은 다치는 마음이 없도록 만들고 싶다. 왜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려야만 할까? 


"왜?"라는 질문이 던진 순간,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잊어버렸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10년 뒤의 나를 또렷이 말하고 싶다. 현실과 꿈의 접점이 매번 어긋나는 건, 결국 둘 다 손에서 놓지 못해서다. 결국 알게 될까. 지난한 과정이 더 무의미하게 느껴지면, 나를 지키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을까? 1층에서 바로 10층까지 가고 싶은데 이 고민엔 엘리베이터가 없단 사실을 깨닫게 될까?


애매한 재능을 지금 느낀 공허함보다 사랑한다면 애매하게 발휘해서 애매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어중간하게 맞지 않는 자리에 끼어있기보다 불가능 옆에 가능을 두고 그 사이에 서 있어도 되지 않을까. 조금 간사하게 나를 최소한으로 지키다가 최대한으로 지켜야 할 순간이 오면 당연한 듯 박차고 나가도 될까. 내가 여분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면 그래도 되는 거겠지? 




 슬프지만 잠깐 최소한의 속도로 달려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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