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데 요즘 들어 꿈을 자주 꾼다. 그것도 기분 나쁜 꿈.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다. 분명, 이건 잘못된 거라고, 당신이 그럴 리가 없다고, 나에게 이렇게 모진 말을 뱉을 사람이 아니라고 외치며 깬 꿈 뒤엔 시계가 벌써 하루에 반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좀 전의 상황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꿈속에서 너는 나에게 ‘아직 그런 것들에 휘둘리다니, 아직 너는 어리구나. 이 주소로 나를 찾아와. 술이나 한 잔 하자.’라고 보냈고, 무례한 메시지에 화가 난 나는 ‘어리다니 어떻게 해야 어른인 거야? 어른인 너도 휘둘리고 고민하며 살고 있잖아. 난 어리지 않아. 충분히 아파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나 술 못 마셔.’라고 답했다. 왜 당신이었을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당신이 나에게 이런 걸 보낼 리가 없는데...
얼마 전 네가 보내온 '조만간 보자'는 말에 나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었길래 이런 꿈을 꾼 걸까.
잠이 무섭다. 잠이 들기까지 그리고 꿈을 꾸는 게 무섭다. 꿈은 마치 현실처럼 느껴져 꺼림칙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잔인하게 끄집어낸다. 꿈은 점점 가혹해진다. 소망도, 바람도, 빛나는 미래도 요샌 뜬구름 잡는 것 같다.
정말 좋은 날은 언제 올까?
언제쯤 이 질문 지옥에서 탈출할까?
고민이 싫다. 의지를 갉아먹어 싫다. 무엇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진다. 자유는 해방의 의미보단 상황으로부터의 탈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나간 시간들은 자유를 거짓으로 만들어냈다. 완전하지 않았다. 나는 어디까지 스스로 할 수 있을까? 무척이나 나약하고 못된 존재는 특히, 돈 앞에서 냉정하다. 티끌만큼 모아 온 돈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좀벌레가 야금야금 갉아먹어 잔고가 빈다.
생각이 가져오는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더 이상 꿈에서 차가운 현실의 외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