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lievibes Oct 30. 2024

기대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그러지 말아야지. 않아야지. 다 부질없는 걸 알면서도 사람에게서 내심 서운한 마음이 불쑥 일 때가 있다. 길어봐야 몇 분사이인데, 그 사이 알아차리면서 꼭 절로 이는 말이 있다.

"기대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실은 서운한 감정도 못내 섭섭한 감정도, 마음도 다 내가 만들어낸 것이거늘. 다 내게서 온 것임을.

실은 기대해서라는 걸. 기대하지 않으면 애초에 이런 마음조차 없거늘.한다.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으면 서운할 것도 섭섭할 것도 아쉬울 것도 화날 일도 없다.

불쑥 일 때도 있지만 이내 곧 알아차리니 그때 뿐이다.

금세 회복한다.   

집착하지 않으면, 기대하지 않으면 굉장히 독립적이게 되는데, 즉각적으로 "기대하지 않아..."하고 알아차리면 못내 미더운 감정은 곧 내게 이로운 방식으로 작동한다.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대신, 홀로 설 수 있게 된다. 타는 오기랄까. 반드시 홀로 서리라.하는 굳은 심지와 걸의가 나 자신에게로 향한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으로 변환되는 순간이다.


살면서 깨닫게 된 분명한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말 것. 애초에 기대하지 말 것.이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으면 불행해지지 않는다.

상처받지도, 아파하지도 않는다.

경험적인 것이고 체험적인 것이고 직관적인 것이기도 하다.


마음이 까만밤이었던 , 차가운 어둠의 계절이었던 , 가장 먼저 했던   하나가 기대. 놓아버리는 것이었다. 상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자신을 바로 서지 못하게 했고  스스로를 상처입혔단 걸 뼈저리게 처절하게 그렇게 온몸으로 두들겨 맞고서야 알게 됐다. 


기대를 놓았더니, 기대하지 않았더니 무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쩜 이토록 무심하니... 할 만큼 이토록 무심할 수가 없다. 기대하지 않으니 많은 말이 필요 없게 된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끄덕 하곤 하는데, 그것은 동의일 때도 있겠지만 실은 진하디 진한, 건조하디 건조한 무심함에서 오는 침묵이다.  


무엇을 베풀 때도, 어떤 기대를 품지 않는다. 품고 나서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완벽하게 어긋나는데서 오는 불필요한, 무의미한 감정과 에너지 소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결국ㅡ 나 자신을 구할 사람은, 오직 나 자신 뿐이란 걸 잊지 않는다.


특히 가족에게서 기대하지 않는 마음. 이르면 이를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알게 되는 것이 이롭다. 지나보니, 돌이켜보니 부모, 형제... 실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서 주고 받는 상처가 가장 크지 않나. 때론 일어서지 하게 할만큼 치명적인, 누구에게나 그런 불완전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불완전성 역시 필연이 아닐까.싶다.


살아보니,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는 건, 진정한 독립이란 그 누구에게서도, 그 어떤 것에도 기대지 않는 마음, 기대하지 않는 마음도 있다.


기대하지 말아야 단단해진다.

집착을 내려놓는 일,

기대하지 않는 것.  

사는 마음이, 살아지는 마음이 폭삭 익어버린 홍시를 수저로 퍼내었을 때와 같이 마음이 너무 흐물거리지 않도록, 흘러내리지 않도록...

내면을 살찌우는데, 내면의 질량을 높이는데에도 이 마음이 절실하다.  


서운한 마음, 섭섭한 마음에 심장이 울그락 불그락 했다가도... "기대하지 말아야지... 그래, 내가 기대하지 않으면 이런 마음도 없는 것이거늘, 이미 없는 것이거늘... 그러라지.." 하고 나면 몇 분 새 정말이지 감쪽같이 본래의 마음을 회복한다.


어두운 안개가 걷히고 본래의 파란 하늘이 절로 드러나는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심장에 살이 차오를 때까지 걷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