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official Motion Picture Soundtrack
'이런 게 있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상상해 보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소장하고 싶지만 구하기 힘든 것이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이런 욕구를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소비되는 현대의 문화는 취향의 정착이 힘들고 향유라는 행위를 이어나가기에도 주어지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합니다. Y2K, 레트로라는 이름의 유행이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잊혀져 가던 과거의 물건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카세트테이프 역시 그런 물건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형태의 취미활동과 아날로그 붐이 일며 카세트테이프의 희소성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발매되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포맷의 음반들 역시 예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물건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생산도 쉽지 않아 대부분 한정 발매로 이루어집니다.
지금은 터치 한 번에 원하는 음악을 취향에 맞춰 골라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오래된 플라스틱 음반이 다시 사람들 손으로 돌아온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음반을 고르고,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워크맨의 재생 버튼을 누르기까지, 그리고 원하는 음악을 다시 듣기 위해서 기꺼이 기다려야만 하는 되감기의 미학이 그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WIND WORKS
리와인드웍스
카세트테이프를 만듭니다.
카세트테이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평소 오래된 VHS, 카세트테이프 수집이 취미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업의 방향은 관심분야로 향했습니다. 리와인드웍스(REWIND WORKS)는 '음원으로밖에 존재하지 않거나 CD, 바이닐로만 발매된 음반들이 카세트테이프 형태로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작업은 온전히 개인의 취미 활동으로 보여지되, 작업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생소한 이미지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발매된 제품으로 착각할 정도는 되어야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작업이 될 것 같아 기존 앨범의 커버나 음반들에 대한 세부사항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카세트테이프의 구성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신경을 썼습니다.
그렇게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다 보니, 어느덧 3년 차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럽게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일이 단순한 취미생활로 영위되는 게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물건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선 또 다른 명분의 필요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를 만들기 전에 아시아 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리뷰 콘텐츠를 운영했었습니다.
당시에도 일반적인 후기 형식이나 줄거리 위주의 콘텐츠들은 즐비해 있었기 때문에 더 색다른 관점에서 리뷰를 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갈증을 어떻게 하면 더 생산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영화 리뷰를 직접 만든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elay Review
릴-레이 리뷰
릴-레이 리뷰(Reelay Review)는 카세트테이프의 '릴(Reel)'과 '재생(Play)'의 의미를 담은 리와인드웍스의 리뷰 콘텐츠입니다. 리뷰는 카세트테이프와 관련 있는 영화로 시작해 크고 작은 연결고리가 있는 영화들을 '릴레이(Relay)'형식으로 기록할 예정입니다. 선별한 영화에 대한 간략한 견해와 에피소드, 영화에 사용된 음악 이야기, 그리고 플레이리스트 공유와 더불어 작업한 카세트테이프의 디자인 의도와 관점의 순서로 리뷰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갖고 싶은 물건'으로 표현하고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일은 개인의 취미활동을 더 풍부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