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사운드트랙
Reelay Review 02
드라이브 마이 카
두 번째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입니다.
개봉 당시 '주인공의 올드카를 대신 운전해 주는 젊은 여자 운전사’라는 컨셉에 매료되어 관람하게 된 영화입니다.
연극배우로 활동 중인 주인공 ‘가후쿠’는 어느 날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그 진실로부터 회피하다 아내의 죽음까지 겪게 됩니다. 2년 후 히로시마에서 진행하는 연극제의 연출을 맡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운전사로 만나게 된 ‘미사키’라는 인물과 함께 과거의 자신이 외면하고 있던 진실을 마주 보고 받아들여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에서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와 마찬가지로 카세트테이프가 중요한 장치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가후쿠는 아내가 녹음한 '바냐 아저씨'의 대본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자신의 차 안에서 대사 연습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실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든 그렇게 두렵진 않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내 오토가 가후쿠를 위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연극 대사 중 일부입니다.
관성적으로 죽은 아내가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로 대사 연습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어떤 식으로 그 상실을 받아들여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소설 속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입니다. 하루키의 단편이 영화화된 것들을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고, 이 영화 또한 그랬습니다.
하루키의 이야기엔 ‘상실’이라는 키워드가 베이스로 깔려있습니다. 소중한 것들의 상실, 그 이면에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방어기제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상실의 아픔이 두려워서, 또는 상실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아서일 겁니다.
앞서 언급한 카세트테이프 속 대사처럼, 애써 외면하고 있던 진실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상실의 이야기를 합니다. 단편적으로는 와이프의 죽음, 그 상실감을 받아들이기 위한 주인공 가후쿠의 여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 리디자인
Drive My Car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Redesign
음악은 이시바시 에이코(Eiko Ishibashi)라는 음악가가 작업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이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悪は存在しない)‘라는 작품에서 한 번 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협업합니다.
[Track List]
SIDE : A
1. Drive My Car
2. Drive My Car(Misaki)
3. Drive My Car(Cassette)
4. Drive My Car
(The Important Thing is To Work)
5. We'll Live Through the Long, Long Days, and Through the Long Nights
SIDE : B
1. We'll Live Through the Long, Long Days, and Through the Long Nights(SAAB 900)
2. We'll Live Through the Long, Long Days, and Through the Long Nights(Oto)
3. Drive My Car(Kafuku)
4. Drive My Car(The Truth, No Matter What It Is, Isn't That Frightening)
5. We'll Live Through the Long, Long Days, and Through the Long Nights
(And When Our Last Hour Comes We'll Go Quietly)
드라이브 마이 카의 사운드트랙 음반은 CD, 바이닐과 함께 영화의 주요 소재인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가 되었고, 영화의 팬으로서 구매까지 했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아쉬워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리디자인을 해봤습니다.
기존 음반의 커버는 영화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을 트레이싱하여 단순화시킨 듯한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해당 커버 디자인은 사운드트랙을 위한 디자인이라기보다 영화 팬의 입장에서 조금은 성의가 부족한, 제작사의 관성적 디자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작업은 기존 음반을 해체하고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최대한 기존 그래픽 요소들은 해치지 않고, 리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Cassette Tape
테이프는 극 중 주인공의 차량으로 등장하는 SAAB-900 모델의 붉은 컬러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J-Card
운전석과 뒷좌석이라는 공간적 성격으로 서로 정면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영화의 설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두 주인공의 스틸을 보정하여 커버 이미지를 교체했습니다.
J카드 뒷면 이미지는 주인공들의 물리적 위치가 처음으로 앞 뒤가 아닌 옆자리로 바뀐 순간을 담았습니다.
가후쿠가 스스로 외면하던 진실을 처음 제대로 마주하고, 어쩌면 자신의 치부를 운전사인 미사키에게 드러내게 된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사키는 담담히 가후쿠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가후쿠는 그 담담한 위로에 대한 대답으로 조용히 담배를 건네고, 불을 붙여줍니다.
해당 장면에서 흐르는 곡은 SIDE : B의 2번 트랙[We'll live through the long, long days, and through the long nights(Oto)]입니다.
창 밖으로 나란히 내민 두 손에서 느껴지는 묘한 유대감이 느껴지는 트랙입니다.
영화 속에서 매력적으로 존재하는 소품들은 열성 관객으로 하여금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카세트테이프 음반 발매는 디자인과는 무관하게 관객의 니즈를 읽어낸 탁월한 기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https://music.apple.com/kr/playlist/drive-my-car-tape/pl.u-xlyNqMdCA438J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