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어려운 시대
생각이 많아 고민인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에 밤잠을 설친 기억이 몇 있었다. 이런 생각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들에 속한다. 걱정이나 불안, 염려, 아이러니하게도 깊이 생각할수록 해결책이 나온다기보다 끈적한 늪처럼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들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쥐고 있는 게 좋지 않다고들 한다. 대부분은 어차피 고민해도 뾰족한 수가 없거나,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불필요한 걱정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들은 어떨까? 밤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는 생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이 발전할 수 있는 자양분 같은 생각을 나는 하면서 살고 있을까?
요즘은 짧은 것들이 주를 이루는 시대다.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들은 갈수록 더 짧고, 빠른 형태를 띤다.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소비할 수 있는 것들도 흘러넘치는 시대에서 어찌 보면 다양한 경험을 채우기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왠지 짧고 단순한 것들에 익숙해져 갈수록 '생각'이란 걸 덜 하게 되는 것 같다. 블랙홀처럼 시간을 빨아들이는 숏폼 콘텐츠를 무의식 중에 휙휙 내리다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된다.
매일 아침 외출을 나서며 간단한 줄글로 정리된 요약 뉴스를 읽곤 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습관처럼 글을 읽어내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지?'
글은 읽는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뉴스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소식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생각 근육을 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을 읽고 내 생각을 덧붙여 곱씹을 때, 내용을 온전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어릴 적 종종 듣던 표현 중 '바보상자'라는 말이 있었다. 멍하니 TV를 보는 행위를 두고 쓰는 표현이었는데, 갈수록 바보상자처럼 생각 회로를 차단하는 자극적인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 의식적으로 생각 스위치를 켜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내가 느끼는 것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
빠르고 많은 것들만을 좇기보다 한 번씩 템포를 줄여가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순간이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하지 않으면 삶의 방향성을 잃고 세상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과 같다. 흘러가는 대로 부유하며 사는 삶,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은 아니다.
생각 스위치를 켜두는 것을 잊지 말자. 생각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그 축복을 온전히 누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