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 동기들을 만났다. 퇴사하고도 여전히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나이가 쌓여갈수록 인맥 관리의 중요성을 느낀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점 놓기 쉬워지는 기분이랄까. 속해 있는 집단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연이라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얼굴을 보고 지내려고 한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의 연락이라도.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근황을 주고받았다. 언제 들어도 어제 일처럼 익숙한 회사 얘기와 이런저런 개인적인 관심사와 이야기들.
퇴사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난 나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놓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 하나가 툭 질문을 던진다.
"근데 퇴사하고 바로 술술 잘 풀리지 않았어? 팔로워도 빨리 늘고 이런저런 일들 할 기회도 생기고."
사실이다. 퇴사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와 경험들을 마주했고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이면에 담긴 나의 노력들이 너무 쉽게 정리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현상의 '결과'에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가장 궁금한 부분이 바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정'은 결국 스스로에게 귀속된다. 도달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시도를 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고 방식을 어떻게 수정했는지, 이런 지난한 시간들은 제3자 입장에서는 너무 지루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결과만큼 중요한 삶의 자양분과도 같은 것들이다.
퇴사 후 7개월 동안 많은 과정들을 통해 다양한 결과에 도달했다. 생각보다 잘 풀린 경우도 있었고, 예상치 못하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성장함을 느꼈다. 잘할 수 있는 게 어떤 것이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경험으로 알게 되고 조금씩 채워나갔다.
과정은 길고 결과는 순간이다. 모든 일들이 그렇다. 모든 결과에는 많은 고민과 노력의 나날들이 담겨있다.
과정과 결과, 어떤 게 더 중요할까?
사람들은 보통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과정보다는 결과가 필수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적으로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1인칭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나'라는 존재의 입장에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면을 채우고 진정한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은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정은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원리를 배우는 것이다. 원리를 깨달은 사람은 실패할 수는 있어도, 또 다른 곳에서 성공을 만들어낼 것이다.
가볍게 오간 질문이 꽤나 거창한 글로 연결됐다. 사실 동기의 질문은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격려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작은 에피소드를 구실로 평소 담고 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나는 아직 과정 속에 있다. 지금의 과정도 앞으로의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지만 매일을 후회없이 채워간다. 충분한 시간이 되었을 때, 펼쳐질 결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