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언어: 선물이 된 시간

by 북울림

"긍정적인 말이 주위를 밝힌다."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 이오타다쓰나리. 포레스트북스.



"아빠, 긍정이 뭐야?"


딸의 순수한 질문이 내게 어려운 숙제가 되었다.


우리의 삶을 위해서는 긍정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데, 대체 '긍정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저 좋게 생각하는 것? 밝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 나쁜 일에서도 억지로 좋은 이유를 찾아내는 것? 아이의 행복을 위해 긍정을 장착하고 싶은 나에게, 긍정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했다.


윤슬이가 학원에 가기 위해 급하게 집을 나섰다. 나는 조바심에 물었다.

"늦게 가면 수업 중에 들어가서 어색할 텐데 괜찮아?"

"시작 안 했을걸?"

"했으면?"

"지난번에도 안 했으니까 오늘도 안할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참 긍정적이다."




윤슬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바쁠 때는 야속하게도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까지 찍고 한참 뒤에야 우리 층에 도착하는 법이다.

문이 열렸다.

택배 기사님이 짐을 가득 싣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했다.

"네." 기사님은 짧게 인사만 받으셨다.

'인사를 받기만 하는 분이군...' 찰나의 불쾌함이 스쳤다.


12층 배달, 사진 찰칵.

9층 배달, 사진 찰칵.

8층 배달, 사진 찰칵.

6층 배달, 사진 찰칵.

4층 배달, 사진 찰칵.

3층 배달, 사진 찰칵.

2층 배달, 사진 찰칵.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우리는 한참 늦어서야 1층에 도착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러려니 했다.

불쾌감을 감추고 인사를 하려는 찰나, 택배 기사님이 먼저 우리를 보며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답했다.

"네..."


'그래 이게 긍정이다!'




윤슬이와 걸어가며 방금 상황과 관련한 대화를 했다.

"윤슬아! 모든 사람들의 시간은 소중하잖아."

"응"


"지금처럼 우리는 택배 아저씨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뺏겼어. 그러면 기분이 어때?"

"시간이 아깝고, 짜증 나."

윤슬이가 솔직하게 말했다.


"맞아. 아빠도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라 불쾌한 감정이 생겨. 그럼 반대로, 내가 상대방의 시간을 뺏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

"미안할 것 같아."


"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아. 그럼 미안하다고 표현해야겠지?"

"당연하지! 그 사람의 시간을 뺏었잖아. 표현해야지!"


"그런데 아까 내릴 때 택배 아저씨가 뭐라고 말했어?"

"감사합니다, 그랬어."


"이상하네? 감사는 언제 하는 거지?"

"다른 사람이 선물 줄 때나 나에게 잘해줄 때?"


"맞아. 택배 아저씨가 우리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면, 우리는 '내 시간이 뺏겼구나' 하고 생각했겠지?"

"응."


"그런데 '감사합니다'라고 하니깐, 우리가 시간을 선물한 상황이 된 거다. 그치?"

나는 윤슬이에게 덧붙였다.

"선물은 받는 사람도 좋지만,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한 거잖아. 택배 아저씨의 저 인사 덕분에 우리가 선물을 준 사람이 된 거야. 그럼 더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거고."

윤슬이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네? 선물 준 거네!"


"윤슬이가 지난번에 물어봤던 거 기억나? 긍정이 뭐냐고."

"응, 기억나."


"아빠 생각엔 이게 긍정인 것 같아. 같은 상황에서도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시간을 뺏긴 상황'을 '시간을 선물한 상황'으로 바꿔주는 말. 그게 바로 긍정의 말 아닐까?"


윤슬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어렵다."

"아빠가 조금 더 공부를 해볼게! 윤슬이 덕분에 아빠도 궁금했던 부분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 고마워."


"나한테 고마워? 택배 아저씨한테 고마워해야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윤슬이랑, 택배 아저씨랑, 그 상황 모두에게 고마워."




긍정은 막연한 낙천이 아니라,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인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는 '선물의 언어'였다.

윤슬이의 질문 덕분에 나는 그 언어를 배우는 첫걸음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