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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적 선거를 위한 호소

움베르토 에코

by 이창수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 재임 시절 움베르토 에코의 정치적인 호소문 성격의 글이 『가재걸음』 제2장 '한 정권의 기록'에 100여 쪽 분량으로 게재되어 있다.


베를루스코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그는 여러 방송사의 사주이면서 방송과 언론을 지배하고 있었던 인물인 것 같다.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보편적으로 정치는 권력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 현황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은 국민에게 선택받은 사람이기에 누군가로부터 심판받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심지어 아주 인간적인 판사와 검사들을 범죄 취급했다. 그는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자격시험으로 권한이 부여된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움베르토 에코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국가는 단지 국회로만 굴려가는 것은 아니다" _166쪽


정치가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가재걸음처럼 뒷걸음치고 있는 것에 대해 움베르토 에코는 미디어가 세상의 논리를 지배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우리 시대의 독재가 존재한다면 정치가 아닌 미디어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지도자가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거나 대중의 욕망을 앞서서 해석하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대중은 마지막에 말하는 사람의 의견에 공감한다. 만약 자신의 의견을 공감받고자 전략을 세운다면 맨 나중에 말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오늘날 각 정당은 지지자들만 바라본다.(2012년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선거 운동은 연극과도 같다. 후보자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의 호감을 얻는 방법은 겉모습의 연출과 속임수의 전략에만 근거한다. 과거에는 지도자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자리에서 해임되었다.(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례)


오늘날은 어떤가? 가재걸음처럼 왜 뒷걸음치는가?라고 움베르토 에코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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