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백야(白夜)

산문시

by 몽중상심

서로를 무너뜨리고 물어뜯으며 수천 번의 구름을 보내고

수만 번의 아침을 보낸다

하루의 시작을 맹수 같은 습격으로 시작하고 하루의 끝을

식인종 같은 사냥으로 마친다

미약한 숨결로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가여운 사슴 같은 눈망울을 보고도

무자비한 사냥은 멈추지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채찍질하고, 가두고, 괴롭히고

언제 세상이 이렇게 변했을까


음식을 나누고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의 정

나누고 베풀던 시대는

파쇄기에 넣은 종이처럼 산산조각 나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으며
오직 혐오의 시대만 붉고 진하게 얼룩져 있어

어떤 방법으로도 지울 수 없다

주거니 받거니가 일상이 되었던 때는 이제는 지워졌다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어린 사슴은 도움을 청하지만,

잠이 부족한 현대인은 안대를 써버 린다
폐지를 모으다 다리를 다친 늙은 사슴은 절망하지만,

정이 부족한 현대인은 이어폰을 끼고 지나쳐버린다
즐겁게 모여 마을사람들과 함께 들었던 떡

이웃에게 웃으며 나눠주던 홍시를

누가 다 먹어버린 걸까
이 굶주린 백야는 도대체 언제 끝난다는 말인가

어린 사슴과 늙은 사슴은

먹을 것을 앞두고 아웅다웅 싸워대는데

떡과 홍시는 누구에게 나눠주었길래

굶주려 안달 난 사람처럼 서로를 물고 뜯는가

서로에게 연결됐던 따뜻하고 두꺼운 실이,

어머니가 바느질해 주셨던 그 튼튼한 실밥 같던 연결고리가

언제 이렇게

썩어버린 동아줄처럼

뚝뚝 끊어졌단 말인가


멍하니 지나간 구름과 떠나간 아침을

다리를 다친 채로 떠올린다

멀어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일어나는 사람도 없어지고

일으켜주는 사람도 없어진다

이 지구가, 이 세상이 주저앉아버렸다


공기가 혐오의 냄새로 가득 찼다

뿌연 연기가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계속해서 올가미가 옥죄일 목을 찾는다

두더지는 이 세상을 외면하고 싶은지

땅속으로 숨어 들어가 버린다

지금 이 세상은 어떤 풍경을 보여주고 있나


사랑을 배달하던 기사는 올가미에 제 몸을 맡겼고

다정하고 친절했던 아저씨, 아줌마는

구멍 숭숭 뚫린 검은 것에 불을 지펴 자신의 가죽을 태웠다

누가 그들을 죽인 걸까

누가 그들을 사냥한 걸까


지금 내 곁에는 사슴이 한가득한데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사슴이 아니라

굶주린 사자가 곁에 있는 걸지도

남을 사랑하고 돕는 초식동물들은

모두 물어뜯겨 죽고

누군가를 공격하고 죽여서 살아남는 육식동물들만이

세상에 남은 것일지도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한 동물인가

사냥꾼인가, 사냥감인가

아니면 구경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