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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in Jun 05. 2024

아름다운 수면 아래

바다로 가고자 한 열망

세상이 미워서 나는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수면 아래에서 나는 마음의 평안함을 얻으려고 했다, 수면 위는 지옥이라 생각하여 나는 그렇게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인어공주나, 아니면 설화 속 물고기 떼가 나를 마중 나오지는 않더라도, 나를 죽으라는 듯 떠미는 인간들에게서 벗어나고자 나는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도 척박한 황무지이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선인장은 수분을 잃지 않으려 잎사귀가 가시가 되었다고 했던가, 그렇기에 세상 사람들은 저 불모지에서 살아가고자 다들 몸에다가 가시를 박아 넣은 듯하다. 모두가 날 서 있고, 누군가 찔린 들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난 물이 많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이러한 황무지는 결국 살 사람만 사는 그런 곳, 메마르고 죽어버린 것들에게 모래는 추모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바람이 불면 그것들을 덮어버리며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이미 누군가의 성지, 남들이 그 위에 기둥을 세우고, 철조망을 치고 자신들만이 놀아나면서 그 달콤한 물들을 먹기에 바쁘며, 그 철조망 바깥에는 이미 메마른 뼈들이 나뒹굴고 있다. 그렇게 아무 데도 갈 곳 없어진 이들은 비로소 아무도 손대지 않은 오아시스를 발견하지만, 그곳으로 가면 갈수록 멀어지게만 느껴진다. 신기루에 속아 그들은 헛된 희망을 가지고 나아간다.


 결국 도망친 곳에서는 정글이 있다, 열대우림들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면 달콤한 과일도 있을 것이며, 물은 족하디 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내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흡혈파리도, 그리고 조금만 닿아도 즉사하는 독개구리도, 심지어는 나를 잡아먹으려 드는 사람과 동물들이 가득하다.


 열매 하나를 따기 위해서 나무를 오르다 추락한 사람들과, 그러한 위협들에 쓰러져 버린 사람들을 밟고 지나가면, 도시의 불야성이 보인다. 저 하늘 높이 떠오른 마천루와 눈 부시게 밝은 조명들, 그렇게 그곳에 발을 디디면, 드디더 평안하겠다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불야성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헐뜯고, 흔들거리는 종이에 모두들 넋이 나가 있으며,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다들 자기 구역에 철조망을 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던 이들에게 꿀 같은 말로 독을 먹이고, 다 잃고 내려앉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영혼을 팔라고 속삭인다.


 그런 곳에서 모두가 성장하고, 태어나고, 죽어가고 있다.


 나는 그렇기에 바다로 간다,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고요함을 되찾는다.


 나는 그렇기에 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점차 어두워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렇게 바다에 깊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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