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장사하라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을 되새이고 되새이며 짓궂은 손님들에게도 웃으면서 응대를 한다.
남에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하는 방법은 쉽지가않기에
무례하다거나 까칠하다던지에 대한 부분까지 내 입맛대로 원하는 손님만 받을 수는 없는 것이
장사라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오늘하루도 웃었고 매일을 웃고 있다.
흔히 짓궂거나 작은 피해라도 주는 고객들에게 "진상"이라는 타이틀이 붙고는 한다.
시골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나도 그런 진상이라고 표현되는 분들이 종종 찾아오곤 한다.
매장에서 식사를 하시며 담배를 피우시던 손님도 있었다.
본인 말로는 이 지역에서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 행동해도 된다고 한다.
그런 분을 어르고 달래서 매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게 만들었다.
술을 조금만 드시면 언성이 높아지고 언행이 거칠어지시는 분도 있으신데
같이 온 일행과 조금만 마찰이 생기면 술잔을 깨고 술병을 던지시던 분도 있었다.
그런 분도 어르고 달래서 이제는 매장에서 조금의 매너를 지켜주신다.
술만 취하면 다른 테이블 고객들과 싸움을 하던 고객도 있다.
이런 분도 어르고 달랜다. 그렇게 하니 이제는 같이 온 일행과 신나게 술을 드시고 점잖게 떠나신다.
이런 모든 순간에도 나는 웃으며 응대했다. 간이고 쓸개고 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것쯤이야, 충분히 해낼 수 있어라고만 몇 번을 외친다.
그렇게 행동하니 짓궂던 모든 손님들이 현재 단골이 되어 종종 찾아와 주신다.
장사하고 있는 가게 인근에 돼지농장이 있다.
그곳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고객 한 명이 있다.
나이는 50대 정도 되신다.
처음에는 매장에서 술을 한 번씩 드시면서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많이도 하셨다.
이런 분도 어르고 달래 몇 번 더 찾아오시더니 문득 배달이 되냐 물어보셨다.
당연히 가능하다 말씀드리니 이후부터는 배달로 찾아주셨다.
그렇게 몇 번 배달로 찾아주시다 문득 술을 가져다 달라고 하셨다.
내가 장사하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술은 비싸니, 인근 마트에서 술을 사서 가져 다 달라고 하신다.
이후로도 배달에서 이런 자잘한 심부름 같은 게 계속되었다.
그래도 찾아준다는 게 감사한 거지 하며 계속 들어주었던 게 나의 실수였을까
어느새 나는 그의 호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느 날은 문득 나에게 주문이 아닌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고 싶다며
주변에 누구 특산품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 알고 있냐 전화가 왔다.
마침내 친구가 특산품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가 있었고 소개를 시켜드린다니
그럴 필요는 없고 그 친구에게 특산품 한 박스만 택배로 본인 지인에게 보내달라 하였다.
친구에게 말을 전해주고 친구는 해당 주소로 택배를 보냈는데
2주가 지나도 물건값을 입금해주질 않았다.
내가 전화를 걸어 언제쯤 입금이 가능하냐 물어보니 한 박스를 더 구매하고
두 박스 값을 한 번에 입금해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특산품을 조금 먹어보고 싶으니 샘플로 20개 정도만 가져다 달라는데
친구가 샘플은 불가능하고 한 박스 더 택배로 보내는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2주가 지났는데 입금이 되지를 않고
친구는 조금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언제 입금을 받을 수 있냐 물어보았다.
첫 번째 배달건부터 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게 지체되고 있으니
충분히 화가 날만했기에 내 돈으로 먼저 입금을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뒤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이 최근 보안카드를 잃어버려 입금을 해줄 수가 없으니 카드로 결제를 한다고 한다.
대신에 친구가게에서 결재가 아닌 내 가게 이동식 단말기로 3개월 할부로 해달라는 조건이었다.
순간에 나도 조금은 화가 낫지만 처음이라 이런 부분도 배우는 거라 생각하며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해결해 주었다.
특산물 일이 있고 얼마뒤 또 그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주문이 아닌 본인의 개인적인 일이었고
우체국에 가서 본인대신 택배를 보내달라는 거였다.
본인은 낮에 농장일을 해야 하니 밖에 나가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농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우체국이 있는데 그걸 못하겠다며
나에게 지금 와서 택배를 받아가서 내일 낮에 택배를 보내고 본인에게 보고를 해달라는데
도저히 이렇게 휘둘리는 게 싫었다.
이런 것까진 해드릴 수가 없으니 다른 분을 알아보시던지 직접 하셨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객은 씁쓸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얼마뒤 돼지농장 고객에게 주문이 있었고 무를 더 먹고 싶으니 하나 더 달라고 주문하였다.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배달을 가져다주었다.
음식을 받고 영수증을 확인하고 무가 추가된 가격이 적혀있는 걸 보더니
대뜸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과 함께 무슨 서비스가 이따위냐며 폭언을 가하는데
도저히 이 사람에게는 간 이고 쓸개고 빼놓고 장사를 할 수가 없음을 느꼈다.
본인이 무를 공짜로 하나 더 먹는 게 잘못된 거고 틀린 거냐며 나에게 따지며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그의 이런 논리에 맞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충 알겠다며 얼른 자리를 마무리하고 떠날 생각만 했다.
다음날이 되니 오전부터 돼지농장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고민하던 차에 전화가 끊기고 몇 분 뒤 재차 전화가 왔다.
두 번째 전화도 받지 않았고 다음날에 다시 전화가 와도 받지를 안 않았다.
일주일 가량 계속 돼지농장고객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가 왔다.
그렇게 피하기만 하던 그의 전화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났다.
본인이 직접 매장으로 찾아와 나를 다짜고짜 불러내어 왜 자신을 피하냐 따지던 그에게
더 이상 참고 싶지가 않았다.
마침 홀에 손님도 없었고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
고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피하게 만든 건 고객님이지 않나요? 자잘한 심부름부터 무슨 택배까지 시키려 하고 저번 특산품 일만 해도 그렇잖아요 내가 소개해주고 왜 손해를 봐야 해요? 그리고는 고작 500원짜리 무 하나 때문에 내가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요?"
라는 말에 조금은 멍하니 서계시더니 대뜸
"그럼 사장님 오늘부터 저를 지우세요"라고 말하더니 문을 박차고 나갔다.
올해 초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돼지농장고객은 찾아오지 않고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만 종종 찾아와 주신다.
동료분들이 매장에서 농장이야기를 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외국인직원 이야기와 나와 일이 있던 그 고객이야기다.
매장이 작다 보니 고객들 이야기가 다 들린다. 알고 싶지 않던 그의 근황을 알게 되고
어떤 사람인지도 파악이 된다.
서울에서 살다 이곳까지 내려와 홀로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생활한다는데
성격 탓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농장에서 일을 할 때도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다툼이 많다는데
왠지 그분은 표현하는 게 조금 서툴러서 그러지 않을까도 싶다.
장사를 하는데 간이고 쓸개고 빼고 하라는 표현이 솔직히 장사하는데 도움이 되는 말이라고 인정한다.
그래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기보다 조금은 나를 생각하고 보살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간이고 쓸개고 조금씩은 넣어놓고 장사를 하자.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진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시 넣을 정신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