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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Jun 01. 2024

Chat GPT 4o의 등장. 뭐하고 살지?

챗지피티 3.0이 나왔을때, 인류는 다분히 큰 충격을 받았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일이 생각보다 빨리 벌어졌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바둑판을 없애버린 사건과 비견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나는 당장 작가로서 직업적 위기를 느꼈고, 만나는 사람마다 챗지피티 얘기를 꺼냈을때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곤 했다. 기본소득 20만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현실에서 AI가 대다수의 직업을 뺏게 되었을때 인류는 뭘 하고 살아갈 것인가. 이재용이 4조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데도 증여세가 과도하다고 감정이입을 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재 인류는, 초거대 AI를 가진 기업과 그것을 활용하는 극소수의 사람이 전체 부의 99%를 소유하게 되었을 때에도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 걱정을 해줄 공산이 크다. 자신은 굶어죽으면서 말이다. 나의 암울한 전망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얜 또 저러네." 그렇다. 나는 부정의 아이콘, 언제나 암울한 전망만 하니까, 또 그러려니 한 것이다. 


이번엔 4o가 등장하자 주변의 반응이 바뀌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낙천적인 친구의 반응이 격한게 놀라웠다. 그 친구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해외 유수한 대학에서 MBA 가지 마치고도, 별다른 욕심이 없어서 영어학원 운영한다. 내가 영화감독이 되고 내 영화를 보러 온 그 친구와 지금은 없어진 서울극장 앞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했던 대화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영화 후반작업을 1년 넘게 하느라 세계에서 가장 검다는 만타 블랙 수준으로 어두워져 있을 때라, 그 친구의 긍정성이 부럽다고 하니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부정적이니까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고 뭔가를 바꾸려고 한다. 그래서 영화감독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목표에 도전해서 성공한 거다. 나를 봐라. 낙천적인 내가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할 것 같냐. 나는 영어학원 하면서 사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 그러다가 내 주변에 이렇게 크게 성공하는 사람이 생기면, 난 왜 더 도전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그 친구의 말에 부정적인 것이 나쁜 것 만은 아니구나 생각하다가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게 모든 것을 이루고도 불행한 삶보다 낫지 않나 생각했다. 멕시코 어부 이야기 같은 거지. 이토록 긍정적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 조경일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알바할 사람을 찾나보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 친구가 조경일을 배우고 있단다. 갑자기 왠 조경이냐고 물었다. 4o의 시연을 보고 영어학원 시장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AI가 대체하지 못할 일을 찾았다고 한다. 조경일은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디자인 센스, 유통력, 노가다 등 많은 재능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노가다' 부분이 주목할 만한데, 인력이 싼 부분은 AI가 대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건설부분의 인간 직업은 굉장히 오랫동안 살아남을 공산이 크다. 사람은 역시 자기 밥그릇 문제에 가장 격하게 반응한다고, 챗지피티 3.0이 나왔을때 나의 부정적인 전망을 듣고 그렇게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고 비웃던 친구가 4o가 발표되자마자 조경일에 뛰어 들었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웠다. 그리고 반성이 됐다. 작가일이 AI에게 대체될 거라 확신한 나는 여전히 오리지널 스크립트를 쓰고 있다. 나는 뭘 믿고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있단 말인가. 


대학교에서 강의한 경력이 있으니 대학 강의를 찾아보았다. 서울에서 정교수가 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이니 서울 외 지역을 찾다가 많이들 꿈꾸는 제주살이를 위해 제주도 대학교를 알아봤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서울공화국이라지만, 제주도에 영화학과가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비슷한 부류의 과가 제주국제대학교에 있지만, 제주국제대학교는 신입생 수가 계속 미달, 미달 수준이 아니라 50명의 신입생도 들어오지 않은 지 꽤 된 학교다. 제주에서 대학교로서 기능하고 있는 곳은 제주대학교 한 곳 밖에 없다. 그리고 제주대학교는 영화 관련 과가 없다. 신입생 미달은 서울 외 지역 대학 대부분의 문제다. 학생 수는 점점 줄고 있고, 서울 일변도는 점점 심화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어떻게든 들어가야 하고, 서울이나 경기에서 살아야 한다. 나는 작가일을 그만두면 교수 월급으로 서울이나 경기에서 살아갈 자본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안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돈을 많이 벌게 아니면 서울을 떠나는게 당연한 선택이지만, 서울을 떠나면 돈을 벌 수가 없다. 이 아이러니를 해결하지 못해서 서울 부동산이 난리고 서울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2년 전에 유명 광고 프로덕션의 스카우트 제의와, 유명 드라마 제작사의 전속 연출 계약을 내가 왜 차버렸을까. 부정적으로 전망한다지만 마음 속 깊이에는 긍정적인 미래를 꿈꿨는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겠다고 회사를 그만뒀고, 영화감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영화의 꿈을 접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것이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땐 거절을 했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영화계가 완전히 없어져버린 지금, 광고 프로덕션과 드라마 제작사 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 지금 다시 계약을 하자고 해도 그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고, 받아들인다고 해도 더 안 좋은 조건일 가능성이 크다. 영화계를 떠나는 유수한 인재들이 넘쳐나니까. 


뭐하고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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