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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Oct 08. 2024

별을 잡아 내린다고 내가 별이 되진 않는다

열등감이 심한 편이다. 어렸을때부터 외모와 지적능력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것이 잘 극복이 되지 않는다. 부단히 노력하여 외모도, 지적능력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올렸지만, 유년시절 생긴 열등감은 쉬이 없어지지 않는다. 방송 소개팅 프로그램 섭외가 오고, 길거리 패션 인터뷰를 할 정도가 되면 외모 열등감을 안 느끼는게 맞겠지만 나는 여전히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 명문대에 들어가고 멘사 테스트에 통과했으면 지적능력에 대한 열등감을 안 느끼는게 맞겠지만 난 남이 날 무식하다고 생각할까봐 겁냈다. 절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외모와 지능에 대한 열등감이 없어진줄 알았다. 노화에 의해 쇠퇴의 길을 가게되자, 더이상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지자,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열등감은 쉬이 없어지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게, 난 부산국제영화제 기사를 아직도 잘 못 읽겠더라. 한국 영화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중이다. 나는 가봤자 참여할 행사도 마땅치 않으니 안 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초대받지 못 했는데 뭐하러 가나. 하지만 기사를 보면서, 영화인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서, 왜 난 초대받을 만큼의 인간이 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노가 차올랐다. 이게 열등감이 아니고 뭐겠는가. 


나와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감독 중에 영화제란 영화제는 다 다니면서 즐기는 감독이 있다. 그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생각도,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가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인사하고 보고싶은 영화를 본다. 영화제마다 감독들을 위한 술자리가 거의 매일 있는데, 감독이라면 초대받지 않아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초대받은 사람들이 온다. 그 감독은 초대랑 상관없이 그냥 간다. 가지 않는 사람들은 열등감을 가진 나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열등감이 아니라면, 그 감독처럼 영화제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저 사람 참 오래 해먹네, 저 사람은 실력도 별론데 왜 계속 일이 들어오는 거지, 저 사람 영화 또 찍었어? 하면서 영화계를 바라보는 내가 어딜봐서 열등감이 없어진 사람인가. 여전하다. 대상이 외모와 지능에서 영화로 바뀌었을 뿐이다. 안 그러길 바란다. 열등감이 없어지길 바라며 처절한 반성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내게 이런 자기 반성의 계기를 준 건 부산국제영화제도 있지만, 주인공은 따로있다. 곽튜브다. 그는 최근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는 그것이 왜 논란거리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논란을 만드려는 사람들에 의해 논란이 되었다. 마치 누군가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처럼 여기저기서 곽튜브를 성토하는 게시글, 영상이 튀어나왔다. 과연 그가 죽을 죄를 지은건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곽튜브의 죄가 잘나가서 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그렇게 잘난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잘나가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뭐 하나 실수하는 게 있나 보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건덕지 하나만 걸려라, 했고, 건덕지가 보이자 이때다 하고 달려들었다.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세상이 그를 취급하고 있으니 사냥꾼들은 만족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나아졌나? 곽튜브가 추락하면 그들이 삶이 나아지나? 아마 아닐 것이다. 이 논란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누군가가 추락하길 바라는 마음을 접자. 그가 추락한다고 내가 비상하지 않는다. 별거 없는 감독이 계속 작품활동을 하면 추락을 기대할게 아니라 그 사람의 비지니스 능력을 높이 사자. 분노로 남의 추락을 기대해봤자 나에게 득이 될게 없다. 운이 좋은 자들은 그 운을 마음껏 누리면 되고, 나는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걸 하자. 예전에 누군가가 영화 유튜브를 권할때 내가 뭐라고 했나. 남의 영화를 까내리는 걸로 먹고살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열등감을 극복하자. 언젠가 나도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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