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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Nov 19. 2024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도 AI를 택했다

AI의 발전이 무궁무진하다. 증기기관에 버금가는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비교적 최근의 업적인 AI에게 준 것일테다.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생각해보라.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 다르다. 그런 거대 변혁이 올 것인데, 그 변화의 양상이 어떻게 될 지 그 누구도 예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증기기관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의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다고 한다. 말이 끌던걸 기계가 끄는 걸로 바뀌는 것 뿐 아니냐고. 증기기관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나서도 열차나 공장의 등장을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워드, 엑셀, 노션으로 하던 걸 AI가 해주겠네. 말이 끌던걸 기계가 끌겠네. 


AI가 불러올 대변혁을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글에는 반드시 이런 류의 댓글이 올라온다. 오바하지 말라고. 일이 더 편해지는 것 뿐이라고. AI를 잘 쓰면 될 일이라고.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할 거냐고. 말을 끄는 사람이나 걱정해야 할 일이지 자기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류의 댓글들. 인류의 노동을 완전히 바꿔버린 대형 기계와 공장의 등장으로 직업 지도가 완전히 바뀌고 나서야 내가 마부라는걸 깨닫는다. 내가 하고있는 일이 없어질 거라고 잘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 나는 마차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 있던 곳에 기계를 넣으면 되니까 내 일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길래 자신은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걸까.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당신의 일이 편해진다는 말은,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편해진다는 말이다. 내가 하는 일이 편해지면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진다. 내가 하는 일이 어려워야 내 값어치가 올라간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세계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 한국은 통신 3사의 알력으로 아이폰이 출시되지 않고 있었다. 통신사 유료 인터넷 매출때문에 와이파이 기능을 빼고 출시하자고 했지만 애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협상이 지지부진 하던 시기, 나는 SKT 계열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SKT는 그 당시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하이엔드 네비게이션을 개발 중이었다.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환학생을 통해 외국에서 스마트폰을 먼저 사용해본 입장에서, 네비게이션을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하는 거냐고. 당시 내 윗사람들은 'SKT'가 직접 출시하는 네비, Tmap 개발사가 직접 만드는 네비니까 당연히 잘 팔릴 거라고 확신했다. 나는 AI가 불러올 거대한 변혁을 내 일이 편해지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SKT 윗사람들이 떠오른다. 


[아포칼립토]를 보면 유카탄 반도에서 마야 문명에 대항하는 소수 민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2시간 동안 마야 군대와 싸우는 주인공의 처절한 사투를 보여준 후, 마지막 장면에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해안에 상륙하는 스페인 군대를, 전혀 위압적이거나 공포스럽지 않게 마치 관광객이 나타나는 것 마냥 보여준다. 곧 명말할 문명이 지지고 볶고 싸웠다는 것, 그것을 땀이 나는 손을 닦으며 봤다는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갱스 오브 뉴욕]에서도 이민자와 토착민들의 이권 다툼을 영화 내내 보여주다가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정부군이 나타난다. 뉴욕은 토착민의 것도 아니고 이민자의 것도 아님에도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그들 앞에 나타난 군대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다. 애초에 뉴옥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AI가 불러올 변혁은 크지 않을 것이라던가, 모든 인간이 AI에게 대체될 것이라던가, 우리가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아포칼립토와 갱스 오브 뉴욕의 인간 군상과 똑같지 않을까. 어차피 거대 변혁 앞에 우리의 의견 따윈 중요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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