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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류학자 Dec 16. 2023

서울 탐조

솔부엉이

[2017년도의 기록]


대학생 시절, 새를 보고 싶은데 유명한 탐조지는 학교와 멀었다. 중천, 선정릉 등 대부분의 장소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제법 나가야 했다. 곡릉천은 지하철로 신촌으로 간 다음 빨간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넘게 달려야 했다. 남해에서는 10분만 걸어도 탐조지가 나왔기에 도심지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버스와 지하철 없이 새를 볼 수 있는 학교 근처의 탐조지를 찾기로 했다. 

  일단 학교 가는 길에 봐두었던 공원, 동기들이 농구를 하러 자주 간다기에 살펴보았다. 오목눈이,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솔새, 울새, 참새, 직박구리, 까치, 그리고 멧비둘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가 바로 옆이라 꾸준히 새를 보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 


  지도를 살펴보았다. 근처에 있음에도 살펴본 적 없는 산이 하나 있었다. 등산로가 꽤 길고 공원과도 이어져있는 괜찮은 장소였다. 장비를 챙겨 학교 후문을 따라 걸으니 바로 등산로가 나왔다. 이제까지 그냥 지나친 작은 나무계단이 등산로의 시작점이었다. 제법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운동코스로 제격인가 보다. 빌딩 속에서 살다 보니 이런 장소가 인기가 많은 걸지도.

  첫날이라 간단한 탐색전을 펼쳤다. 길은 어디로 이어져있고 어디가 새가 많은지 정도면 된다. 음, 박새가 엄청 많다. 유조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와 직박구리는 간간이 보였고 멧비둘기도 많았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벤치에 그대로 앉았다.     

  “부...!”

  멧비둘기가 내는 소리다. 소리를 내는 개체가 털을 부풀렸다. 부풀린 친구는 곧바로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다른 멧비둘기에게 돌진했다. 제법 오래 쫓아다니며 부리를 쭉 내미는 모습도 보였다. 아무래도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암컷은 그냥 가버렸다. 

  청딱다구리와 쇠딱다구리도 살고 있었다. 숲이 울창한 지역도 있고 커다란 나무가 띄엄띄엄 있는 곳도 있어 딱따구리가 서식하기에 괜찮은 장소였다. 아마 다른 딱다구리도 살고 있을 것이다. 

  아! 솔부엉이 얘기를 하려 했는데 멀리 와버렸다. 그렇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찾으려는 새는 '솔부엉이'이다. 2013년 여름 남해에서 만나고 그동안 보지 못한 종이다. 서식지를 쭉 살펴보니 솔부엉이가 없을 수 없는 장소라고 판단했고 자주 이 장소를 오면서 새를 찾고자 했다. 



2013년에 만난 솔부엉이


  1일 차 : 장소 살피기, 멧비둘기,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까치, 직박구리, 어치, ...

  2일 차 : 청딱다구리 관찰

  3일 차 : 쇠딱다구리 관찰

  4일 차 : 추가 새 없음


  5일 차. 왠지 느낌이 오늘은 꼭 솔부엉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다. 솔부엉이 활동 시간에 맞춰 해가 질 때쯤 집에서 나왔다. 등산로를 따라 폴짝폴짝 걸었다. 그러다 뒤에서 새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게 새를 좀 보다 보면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잡아내는 능력(?)이 생긴다. 하나 더!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 일어나는 소리와 바람(?)과 같은 것으로 무언가가 움직였다는 것을 알아챈다 ㅎㅎㅎㅎㅎ

  솔부엉이가 지나온 길의 가지에 앉아 등산객을 내려 보고 있었다. 휴대폰 녹음기를 꺼내 지금 상황을 기록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5일 동안 내가 지나치던 장소인데, 오늘만 등산로 근처에서 있다니. 새끼가 근처에 있다면 새끼를 지키기 위해 주변에서 서성거릴 수 있기에, 모기에게 팔을 건넨 채 근처 나무를 살폈다. 

  ‘어!’

  조금 떨어진 나무에 새끼가 앉아 있었다. 다시 녹음기를 꺼내 이런저런 내용을 기록했다. 옆 가지에도 한 마리가 더 있었고 더 높은 가지엔 부모 새가 한 마리가 있었다. 해가 저버렸고 산을 내려왔다. 오늘도 다시 깨달았다. 모기는 정말 싫다.


2017년에 만난 솔부엉이. 등산객을 경계하던 부모 (왼쪽)와 그들의 새끼들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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