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를 하다. 의지가 되다.
많은 시 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습니다. 이정록 시인의 “의자”가 나에게는 그렇습니다. 흔하디 흔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의자는 의지하고 쉴 수 있는 존재입니다. 시라고 하지만 그냥 어머니가 아들에게 한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그게 시가 되었습니다. 어느 동시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말을 옮겨놓으면 동시가 된다고. 이 시도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옮겨 놓으니 시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좋아합니다. 어머니의 말처럼 편하면서도 삶의 따듯한 위로가 됩니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야(2연)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5연)
어머니가 아들에게 툭 던진 말이 세상살이의 지혜입니다. 삶입니다.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됩니다. 의지하며 살게 됩니다.
사회라는 것도 서로 의지하는 사람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혼자서는 버틸 수가 없는 것이 여기에서의 삶입니다. 서로 의지가 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게 별것 있겠어요. 힘들지만 그래도 의자 하나 내어주고 누군가의 의자가 될 수 있으면 되는 거겠지요. 나도 의자를 내어주고, 누군가가 내어준 의자에서 쉴 수 있는,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