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이는 요즘 반에서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들과 같은 한국 학생들이 있지만, 그 아이들 모두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안이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주안이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데다 이곳에서 학교에 다닌 지 오래됐고, 우간다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그렇지만, 새로 온 친구들은 여전히 한국에서의 이야기를 나누기 바쁘다 보니 주안이는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다.
처음에 주안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괜찮아. 그냥 조금 불편한 정도야.”라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사실 좀 힘들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그 감정을 나누고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강한 줄로만 알고, 어른스럽게 받아들이리라 믿고만 있었던 것이 미안했다.
우간다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며 다국적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아이에게 많은 도전일 거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언어를 쓰는 한국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아이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이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주변의 작은 변화와 관계에 민감하다. 주안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꼈을 어색함과 소외감,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만들어 온 자리를 이제 새로 온 아이들이 차지하게 된 것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같은 상황에 처한 어른이라면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지만, 아이는 속마음을 담아낼 단어조차 부족해 얼마나 답답할지, 먹먹하기만 하다.
무조건적인 위로나 조언 대신, 주안이가 스스로 관계를 바라보는 눈을 조금 더 넓힐 수 있기를 잠시 기도해 본다. 자신만의 자리에서 주체적으로 어울릴 수 있도록 지지해 주면서 말이다. 아이가 겪는 이 작은 갈등이 성장의 한 걸음이 될 수 있도록, 나도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법을 배워야 할 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