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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Mar 07. 2024

그러니까 '글'을 쓴다

눈을 뜬다 어둠 속 나

심장이 뛰는 소리 낯설 때

마주 본다 거울 속 너

겁먹은 눈빛 해묵은 질문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니가 내린 잣대들은 너에게 더 엄격하단 걸

니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방탄소년단, Answer : Love Myself 중에서>




지금의 첫째를 ‘에스와티니’에서 출산했다. 그 과정은 일생에 한 번이면 아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당시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환희는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강렬했다. 하지만 너무 강해서였을까. 생각할 틈도 없이 찾아온 고생길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었다. 잠 못 자는 날들이 계속된 데다 먹이고 재우는 일이 이토록 고된 일일 줄은…


그런데 돌아보면 그건 애교에 불과했고, 아이의 호기심이 커가고,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는 그야말로 ‘나’는 없고 ‘아이 중심’의 삶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환희에 찼던 자식을 앞에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은 물론이고, 천국에 가면 비로소 끝을 보려나 싶을 정도로 한숨의 깊이가 깊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힘들다, 어렵다-’를 그토록 뱉었으면서도 둘째를 연년생으로 낳았고, 지금은 두 아이가 초등 1, 3학년이 되었다.(연년생이지만 국제학교 기준에 따라 학년 차이가 있음)


아이가 이만큼 컸으니 두 손, 두 발 뻗겠다 싶지만, 이제는 아이가 커가면서 ‘선택’이라는 문제와 맞닥뜨리는 경험을 순간마다 하며 살고 있다. 잘한 것인지 확인이 어려운, 명확한 답안이 없는 육아의 세계에서 ‘걱정’이란 녀석은 언제나 친구처럼 옆에 붙어있다. 게다가 남의 집은 술술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고 나만 애타고 있는 것 같은 경험도 한 번씩 한다.


아마 세상이 달라지고 시대가 변한다 해도 여자에서 엄마가 되고 겪는 이 모든 감정은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라진 기분, 나에게서만 멈춘 듯한 시간, 나를 다시 찾고 싶은 간절함 등등… 무엇이 맞고 그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엄마라면 겪는 그 감정을 오롯이 맛보았고 간절함 또한 변함없었기에, 글로 삶을 살아내고 싶었던 나에게는 지나온 모든 것이 재료이고 글감이라는 것을 안다. 비록 지금은 다른 사람이 가는 넓은 문이 아닌 좁은 길처럼 보인다 해도 불안한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는 이유라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 엄마로서의 내가 좋다. 기준은 모호하고, 미래에 대해 끝없이 곡예사 신세이지만, 나에게 엄마라는 옷이 하나 더 입혀졌을 뿐, ‘나’는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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