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한 권의 책을 포장하고,엽서한장을 준비했다. 얇은 포장지로 책을 감싸는 동안, 이 책이 전할 위로의 무게를 생각했다. 때로는 직접 건네는 말보다, 책 속의 문장들이 더 깊숙이 스며들어 마음을 어루만진다. 특히 누군가 고단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책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위안이 된다.
밴쿠버의 에어비앤비에서 만난 40대 초반의 그녀는 매일 바쁜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그녀의 하루는 쉼 없이 돌아갔다. 출근 전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고, 퇴근 후에는 또다시 엄마가 되어 놀이터로, 농장으로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녀의 눈빛에서 나는 지친 일상 속 작은 휴식이 필요한 순간들을 보았다.
떠나기 전날, 나는 6개월간의 여행을 결심하게 해준 '마흔수업'이라는 책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것은 단순한 작별 선물이 아니었다. "당신의 삶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라는, "이 시간도 지나갈 것입니다"라는, 말로는 전하지 못한 위로였다. 책을 받아드는 그녀의 손길에서, 나는 작은 떨림을 느꼈다.
책은 신기한 힘이 있다. 똑같은 문장도, 읽는 이의 상황과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내게 용기를 준 문장들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모습으로 위로가 되리라.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책이라는 동반자를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위안을 발견한다.
나는 상상한다. 아이들을 재운 후 잠깐의 여유를 찾은 그녀가, 침대 머리맡에서 이 책을 펼치는 모습을. 그리고 그 페이지 어딘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순간을. 책은 그렇게 우리가 홀로가 아님을, 이 여정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음을 속삭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간다. 때로는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쉬어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때 한 권의 책은 잠시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쉼터가 되어준다.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위로를 찾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단순히 종이로 만든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요"라는 공감의 제스처이며,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연대의 메시지다. 때로는 직접 말하지 못하는 마음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 깊이 전달될 수 있다.
그날 이후로 몇 달이 지났다. 가끔 밴쿠버의 그 집을 떠올린다. 그녀는 지금 어떤 페이지를 읽고 있을까. 어쩌면 그 책은 이제 또 다른 이에게 전달되었을지도 모른다. 위로는 그렇게 이어진다. 한 사람의 작은 용기가 되어주었던 책이, 또 다른 이의 등불이 되어주는 것.
책을 전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듣는 이가 되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가 된다. 그것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위로의 순간이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조용한 대화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책을 선물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통해 다시 한 번 일어설 힘을 얻는다. 책은 그렇게 우리의 삶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변화시키는 마법 같은 선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