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한 달간의 어학 연수는 내게, 그리고 내 딸에게도 인생의 큰 교훈을 준 시간이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른 사람의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은 처음부터 걱정이 컸다. 특히 함께 지낼 사람은 50대의 스테이시라는 여성이었고, 그녀의 두 딸과 대형견까지 있는 집이었다.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 13살 딸과 함께 하는 건 낯설고 걱정스러웠지만, 그만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험도 클 것 같았다.
도착 첫날, 스테이시는 우리를 2층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핑크색 벽지와 오래된 가구가 인상적이었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은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침대 시트였다. 겉보기에는 하얀 시트였지만,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과 털들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아무리 외국이라지만, 이런 상태로 한 달을 지내기에는 불쾌함이 앞섰다. 더군다나 이 상황을 옆에서 딸이 보고 있었기에 나의 행동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내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주인에게 불편함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서툴고, 괜히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딸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었다. 앞으로 딸도 혼자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스테이시에게 시트를 교체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처음에는 당황한 듯했지만, 스테이시는 곧 깨끗한 시트를 가져다 주었고,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의 대형견 샥이 방에서 장난을 치다가 털이 묻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상황이었지만, 딸에게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홈스테이 경험은 단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불편함이 생겼을 때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딸 앞에서 작은 문제를 해결해 냈다는 뿌듯함은,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딸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내가 용기 내어 한 행동이 딸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