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윤 Jul 14. 2023

실패하면 안 되지 2

실패해도 괜찮아?




   선생님! 실패하면 안 되지! 


201에서 300까지의 숫자판을 들여다보던 신우가 손짓하며 말한다. 


   응? 선생님이 실패했어?


   네! 여기...


손가락이 가리키는 숫자를 보니 잘못 적혀 있다. 278 자리에 228이 써 있네. 마치 큰 일이 난 양 호들갑을 떠는 신우와는 대조되는 나의 말투. 


   고치면 되지. 봐봐, 수정 테이프로 2를 지우고 다시 쓰면 돼. 이 숫자랑 똑같이 빨간색으로 쓸까? 


   네!! 


쓰여진 숫자와 가장 비슷한 색깔의 얇은 색연필로 7을 쓴다. 새로 나타나는 7을 따라가는 신우의 눈.

신우의 틀린 숫자 찾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숫자판을 한 장씩 새로 줄 때마다 틀린 숫자를 바로 찾아내어 이제는 재밌는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알린다. 


   선생님! 실패하면 안 되지! 


대사는 똑같다. 하지만 불만이 아니다. 내가 찾아냈어! 라는 신남에 더 가까운 목소리. 


   그래? 뭐가 틀렸어?


   여기, 8..


   원래 8이 아니라 무슨 숫자여야 하는데?


   6!


   그러네, 이번엔 신우가 써 볼래? 


   아니! 


혼자서 숫자 쓰기를 주저하는 신우의 손을 잡고 같이 쓰며 직접 고치는 과정을 겪게 해 준다. 숫자는 틀려도 된다. 이렇게 다시 쓰면 되는 걸. 몇 장의 숫자판을 더 거친 후 신우는 틀린 숫자를 보면 내 책상에 있는 수정 테이프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거, 고쳐. 실패해도 괜찮아?


   응, 괜찮아. 지우고 다시 쓰면 돼. 


   다시 쓰면 돼.. 다시 쓰면 돼..


나의 말을 혼잣말로 되뇌이는 신우.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는 절망이 아니다. 다시 하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숫자 잘 하는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