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는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한다. 1학년은 100까지의 숫자만 배우기 때문에 100 숫자판을 만들어줬는데 매일 그 종이를 빤히 들여다보는 것이 신우의 일상이었다. 그리고 100으로 성이 차지 않는 신우는 많이도 물었다.
선생님, 200은요?
1학년은 100까지만 알아도 돼.
신우는 200 하고 싶은데요.
신우가 숫자 많이 아는거 선생님도 아는데 1학년은 100까지만 배워요. 2학년 되면 200도 하고 300도 하자.
2학년 되야 해요? 지금은 안 해요?
응. 지금은 100까지만 보세요.
한 해가 지났다.
2학년 1학기부터는 세 자리 수를 배우기 때문에 신우는 당당하게 요구한다.
선생님, 200은요?
알겠어. 지금 만들어줄게.
100까지의 숫자판을 수정해 101부터 200까지 입력하고 인쇄해 신우에게 건넸다. 종이를 맹렬하게 노려보는 신우. 그리고 또 요구한다.
300도..
300도 보고 싶어?
네!
알겠어, 만들어줄게.
300 숫자판을 건네자마자 신우는 또
선생님, 400.. 500도..
500까지? 하루에 너무 많이 보는 거 아니야? 오늘은 500까지만요.
신우 덕분에 오늘 손가락이 중노동을 한다. 500까지 받아든 신우는 100 단위의 숫자판을 번갈아가며 계속 바라본다. 저리도 좋을까.
숫자판이 어느덧 1500을 지날 때, 신우는 말했다.
선생님, 만은요? 억은요? 신우는 숫자 잘 할 수 있는데요.
신우의 숫자 욕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