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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Nov 22. 2023

아들둘맘의 옷 쇼핑 노하우

빈티지도 빈티나지 않게

한창 좋아하던 글쓰기를 요즘 등한시했다. 한참을 한 풀이하듯 쓰다보니 이제 내 안에 응어리진 것들이 많이 녹아버린 듯 하다. 혼자 보는 일기장에 쓰듯 했던 글을 누군가 보고 더러는 응원을 더러는 안타까움을 표하시기도 하고 가끔 어떤이는 나를 비난하기도 했다. 모두들 내 글에 대한 공감과 충격 탓에 그러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 생각하니 그것 마저도 관심이라면 감사할 뿐이다.


남편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한단락 정리되고 나니 일상이 꽤 평온해져 딱히 뭘로 글을 써야할지 사실 막막했다. 그러나 글을 쓰지 않을때의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다. 그 허함을 채우려 늘 먹고 쇼핑하고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러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가득 차고 팬트리에 과자가 가득차고 옷장엔 더 이상 걸 수 없을만큼의 옷들이 숨막히게 부대껴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쯤되니 예상대로 남편이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래 내가 저 사람이라도 똑같이 잔소리 했을거야’ 남편의 그만 좀 사라는 말이 듣기는 싫지만 이해는 되었다.


그럼에도 단 하나, 애 엄마가 뭘 자꾸 그리 꾸미냐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옷은 그냥 단지 더위나 추위를 막기 위한 것만이 아닌 본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인데 그런 나의 노력을 단순히 애엄마라는 이유로 무시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름 생각한 것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옷을 구하거나 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첫번째는 옷을 누군가에게 얻어 입는 것이다. 이건 내가 옷을 고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끔씩 나에게 잘 맞는 옷이 있을 수도 있다.


두번째는 복지관에서 물물교환으로 옷을 공짜로 사는 방법이다. 우리 동네 복지관에는 여러 사람들이 안 쓰는 옷과 물건들을 내놓고 서로 원하는 것을 바꿔가는 지역화폐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돈은 오고 가지 않지만 필요없는 물건을 내놓고 원하는 것으로 바꿔갈 수 있으니 안 쓰는 물건도 정리할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을 공짜로 살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서 자주 애용한다.


세번째는 구제샵이나 아름다운 가게 등 중고옷을 싸게 사는 방법이다. 요즘은 다들 옷을 많이 사기에 그런 구제샵에서도 브랜드 옷이나 디자인이 괜찮은 옷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잘 찾으면 득템할 기회가 있지만 중고옷인 만큼 미리 하자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하고 또 구제샵의 특성상 교환 반품이 안되고 어떤 곳은 미리 입어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반면 탈의실도 있고 교환 반품이 가능해서 합리적이다)


그렇게 얻은 옷, 복지관에서 물물교환으로 산 옷, 구제샵에서 싸게 산 옷들을 기존에 있던 옷과 코디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요즘은 나름 사진을 찍어 열심히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에 나름 개인 룩북처럼 오오티디 피드를 모아놓으니 꽤 근사해보였다.


아직 패셔니스타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패알못은 탈출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조금 뿌듯하다.  게다가 가성비있게 나름 알뜰한 쇼핑을 하는 노하우까지 늘어가니 그저 이런 내 자신이 대견하여 이렇게 글로도 남겨본다.


내가 돈이 없지 옷이 없는 건 아니니 이왕 산 옷들 마음껏 예쁘게 입어볼 작정이다. 꼭 비싼 옷이 아니더라도 잘만 구색 맞춰 입으면 그럴싸해 보이는 스타일이 될 수 있으니 동네 구제옷가게가 있으면 눈여겨 보시길 추천드린다.



가게 손님에게 받은 오래된 트위드자켓, 원래는 플라스틱 단추였는데 쿠팡에서 진주 단추를 사서 달았더니 그저그만 잘 어울렸다.


블랙 벨벳 스커트도 위에 트위드 자켓이랑 같이 얻은 옷, 코듀로이 자켓은 복지관에서 공짜로 득템한 옷인데 터프함과 여성스러움이 공존하는 독특한 디자인에 골덴소재라 너무 맘에 든다.


회색 주름치마도 복지관에서 공짜로 샀다. 보풀도 없고 상태가 너무 좋아 새옷같은데 휘뚜루마뚜루 다 잘 어울려 요즘 제일 잘 입는 치마이다.


중고샵에서 5천원 주고 산 크랍니트, 짧긴 해서 뱃살이 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만 가려입으면 너무 예쁘고 힙한 느낌이 들어서 좀 어려보이고 싶을때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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