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 한 해 회고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2주마다 회고를 작성해왔긴 하지만 (팀 규칙 중 하나), 자발적으로 회고를 작성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올해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돌아보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2025년을 설계해보려 한다.
처음으로 업무와 관련한 블로그를 운영해보았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처음에는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계속 가지고 가고 싶었다. 사실 2023년에 제일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프로젝트를 전혀 기록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물은 기억에 남지만, 내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과정은 전혀 남아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동시에 내가 일해온 것이 남들한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우리 회사에는 나와 같은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두 분밖에 없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따라서 공개 블로그인 브런치스토리를 개설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떤 글을 쓸지, 어떻게 써야할지 정말 막막했지만,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위주로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하기 전엔 작아보였던 프로젝트들도 깊게 한 번 더 파보니, 실제로 내가 배운 것은 훨씬 그 이상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일 년 동안 쓰면서 총 4000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닌 수치일 수 있지만 나한텐 정말 귀중한 수치였다. 대부분 혼자 일해왔던 나에게 누군가로부터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공부하고 일해와도 괜찮다'는 말을 듣는 느낌이었다.
우리 팀은 스쿼드로 운영되는 방식인데, 처음으로 하나의 스쿼드를 이끄는 PM 역할을 맡았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설레는 감정이 더 컸다. 우리 스쿼드의 목표와 OKR을 직접 산출하고, 스쿼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CPO님과 이야기했던 경험은 3년 차 PM인 나에게는 정말 의미 깊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다. 사실 아무한테도 말하진 않았지만, 스쿼드를 이끌면서 나만의 목표가 있었다.
첫 째, 팀원 모두가 우리 목표를 잘 이해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냥 해야 해서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 왜 해야 하는지 100% 공감할 수 있는 일을 같이 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팀원분들과 이야기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나 혼자 생각했으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고,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둘 째, 쉴 틈이 없는 스쿼드를 만들고 싶었다. 쉴 틈이 없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스쿼드란 언제든지 해야할 일이 쌓여있는 스쿼드였다. 일이 준비가 되지 않아서 스쿼드원들이 대기하는 모습이 죄송했고, PM인 내 능력 부족일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일은 엔지니어링적인 일이 아니라, 온전히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프로덕트적인 일이다.) 그래서 평일 업무 시간에는 회의와 일정 관리, 릴리즈 준비에 집중했고, 업무 외 시간에는 우리 사용자는 현재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어떤 문제가 가장 시급한지, 어떤 이슈를 차례대로 풀어나갈지 정리했다.
셋 째, 실험과 레슨을 잘 활용하는 스쿼드를 만들고 싶었다. 실험이 끝난 후에도 스쿼드원들과 결과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앞으로 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 또 노션 페이지에 아래와 같이 실험 내용, 일정과 더불어 '레슨'을 기록할 수 있는 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이 표를 꺼내보고, 곱씹었다. 이런 방식은 큰 목표를 향해서 우리가 일을 연속해서 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주었다.
내가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 세 가지 목표로 달려오면서, 앞으로의 나만의 PM 가치관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스쿼드로 일했던 경험은 'PM은 흥미로운 직업이구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운이 좋게 올해는 가고 싶었던 컨퍼런스에 다 당첨이 되었다. 채널콘에서는 타 비즈니스들의 PM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 배울 수 있었다. 우리 비즈니스의 방법들과 달라서 흥미로웠다. 데이터야놀자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 뿐만 아니라 데이터 활용, 문해력 등에 대한 폭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 우아콘에서는 물류에 대한 비즈니스 지식, 그리고 PM의 업무 범위에 대한 내 편견을 깨는 경험을 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직접 하며 문제를 해결한 한 PM분의 강의는 존경스러웠으며, 정말 많은 자극을 받았다. 아 나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와 같은..)
이렇게 다양한 컨퍼런스를 듣다 보니, 세상에는 정말 멋지고 다양한 PM들이 많구나, 나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겼다.
컨퍼런스를 통해 여러 PM들의 강연을 듣는 것도 충분했지만, 직접 이야기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커피챗을 했다.
한 번은 내가 10년차 시니어 PM분께 직접 신청했고, 한 번은 내 블로그를 보신 스타트업 창업자분이 연락을 주셨다. (동시에 브런치스토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요즘 일 잘하는 PM들에 대한 생각들,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 내 강점과 약점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질문도 받았는데,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질문들이라 놀랬다. 그래서 감사했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첫 회사에 들어간 건 정말 운이 좋았다. 인생 살면서 가장 운이 좋았던 경험 중 1개일 것 같다. IT라곤 모르는 비전공자에, PM의 뜻도 모르는 나였지만, 회사로부터 소중한 기회를 많이 얻으며 배울 수 있었다. 같이 일했던 팀원분들과도 잘 맞았으며 함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즐거웠다. 여러 세미나, 스터디, 해커톤 등의 경험은 내가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더 다양한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커졌다. 이전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록 내 시야와 생각이 빠른 속도로 확장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내가 여러 방면으로 다채롭게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다. 그리고 면접을 보며 이 바람은 더욱 확고해졌다. 면접관으로부터 예상치도 못한 질문들을 받으면서, ‘아, 이런 질문도 할 수 있구나’, ‘이 문제를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이 회사는 이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면접은 단 2시간이었는데, 느낀 것은 그 이상이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여러 시도 끝에, '카카오모빌리티'라는 회사에 합격을 하였고 이전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올해는 정말 열심히 일해왔던 것 같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려워하는지, 스스로 많이 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2024년은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된 해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회사에 무사히 잘 적응하여 일을 더 잘해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또한, 새로운 사용자를 접하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 한다. 그리고 지금 꾸준히 하고 있는 영어 공부와 재테크 공부에 더 몰입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강도 챙기려고 한다. 각각이 너무 다른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 목표들의 큰 상위 목표, 즉 궁극적인 목표는 '나와 세상의 Fit 찾기' 이다. 내년에는 일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지식을 쌓아 보려고 한다.
2025년에도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