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냥 초딩으로 돌아갈래
사회인이 되고 나서 가장 힘든 건 그 누구도 내 인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던 수동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학생 때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가 이젠 오히려 족쇄가 되어 버렸다. 마음을 억누르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이 족쇄는 취준 때 더욱 무거워진다. 그냥 나한테 무슨 자격증을 몇 개 따고, 대외활동과 인턴은 이걸 하고, 자소서는 이렇게 쓰고, 면접은 이렇게 답변하면 된다고 알려주면 안 되는 거야? 매일을 씩씩거리다가 난 안 될 거야, 하면서 엉엉 울고 그러다 아니 난 할 수 있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다가 또 와르르 무너지고. 이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다 정신 차려보면 몇 년이 훌쩍 지나가 있다. 혼자 삽질하고 있을 때 들려오는 친구들의 합격 소식이란.
그렇다고 취업에 성공하면 이 족쇄로부터 벗어나느냐? 절대로 아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반복될 이 지긋지긋한 9 to 6 생활과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계속 성과를 내야 한다는 현실이 이 무겁고도 무거운 족쇄에 무게를 더한다. 취업 성공의 설렘은 일주일이 채 못 가고, '나 그냥 돌아갈래!'를 외치던 설경구처럼 나를 덮치는 이 인생에 냅다 드러눕고 싶어 진다. 제발 내일 세상이 멸망하게 해 주세요. 매일 밤 믿지도 않는 신에게 구걸하며 잠들기를 1년, 아마 신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엎어져 울 수만은 없었다. 나에겐 집도, 돈도, 주식도, 고양이도 그 무엇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이정표가 되어야만 한다. 언제까지 이 쥐꼬리만 한 연봉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바닥난 야망을 긁어모아 불을 지피기 위해선 현 상황을 확인하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하다. 내가 구성한 커리어 로드맵은 아래와 같은데,
1. 현재 커리어 점검
- 현재 나의 경력을 되짚어 보자. 여기서 중요한 건 과장 없이 내가 한 업무를 정리하는 것이다. 나는 콘텐츠 에디터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커리어를 전환했는데, 이 경험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 봤다.
(1) 1년 차(ESG 스타트업)
- 온드미디어 채널 운영
- 협력사 홍보 원고 작성 및 콘텐츠 제작
- 서포터즈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 협력사 홍보 관련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콘텐츠 에디터로 근무하면서 진행한 업무는 주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원고 작성이었다. 콘텐츠 제작에만 중점을 두고 콘텐츠 성과 분석 및 개선 등의 업무는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점이 아쉬워 마케터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2) 2년 차(교육 플랫폼)
-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캠페인 기획 및 운영
- 온드미디어 채널 운영
- 콘텐츠 기획 및 제작
- 데이터 분석 및 결과 보고 작성
현재 나는 교육 플랫폼의 마케터로, 회원가입 증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또 홍보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며, GA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 보고를 작성하여 개선점을 도출하고 있다. 이렇게 나의 경력을 점검하면 내가 무슨 경험이 있고, 어떤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2. 커리어 목표
- 현재 커리어를 점검했으니 앞으로의 커리어를 설정할 차례다. 막연하게 '대기업에 가겠다!'가 아닌 구체적인 커리어, 즉 보유하고 있어야 할 경험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기업의 JD에서 힌트를 얻었다. JD에 기재된 주요 업무와 자격 요건에서 해당 연차에 보유하고 있어야 할 커리어를 확인하고 설정했다.
(1) 인프런 마케터(1년 차)
** 주요 업무
- [미디어 기획] 인프런 Owned/Paid Media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 [미디어 운영] 매체별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 [캠페인 기획/운영] 인프런 콘텐츠를 소개하고 유저들과 소통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기획 및 운영합니다.
- [캠페인 기획/운영] 여러 광고 매체와 외부 제휴 매체별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1년 차 마케터는 온드, 페이드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며, 매체별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회원 관리를 위해 다양한 온, 오프라인 캠페인을 기획 및 운영하며, 최적화된 광고 매체를 찾아야 한다.
(2) 텐바이텐 CRM 마케터(3년 차)
** 주요 업무
- CRM 솔루션 검토 및 설정, 대쉬보드 관리
- 고객 활동성 지표에 의거한 퍼널 관리 및 유저 세그먼트 별 CRM캠페인 기획, 실행
- 회원전략 수립 및 멤버십 프로그램 기획/운영
3년 차 CRM 마케터는 CRM 솔루션을 설정하고 검토할 줄 알아야 하며, 대쉬보드를 생성,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고객 여정 퍼널을 설정하고, 유저 세그먼트를 찢어 유저 맞춤 캠페인을 기획, 실행까지 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근거로 회원 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멤버십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까지 진행해야 할 것이다.
(3) 원티드 브랜드 마케터 (5년 차)
** 주요 업무
- 원티드 회원 대상 포인트(멤버십) 제도 설계 및 운영
- 원티드의 제휴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실행
- 원티드의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증대 위한 마케팅 캠페인 기획 및 운영
- 원티드 내/외부 접점에서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담당(UX writing 포함)
5년 차의 브랜드 마케터는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증대를 위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 운영해야 하며, UX 라이팅을 포함, 상세 페이지, 배너, 브랜딩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회원 관리를 위한 멤버십 제도를 설계, 운영해야 하며, 제휴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알려야 한다.
가고 싶은 기업의 JD를 분석한다면 연차별로 어떤 커리어와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지 가이드를 잡을 수 있다. 가고 싶은 기업이 다양할 경우, 중복되는 커리어를 우선으로 경험하는 것을 추천하다. 나는 아래처럼 연차별 쌓고 싶은 역량을 정리했다.
커리어 목표는 지금 하는 업무가 물경력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커리어 목표와 거리가 멀다면 이직을 고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버티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항상 생각하고 있자.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과 실행방안은 다음 콘텐츠에서 풀어볼 예정이다. 이번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