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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주 Oct 19. 2024

식탐과 싸워보려고 합니다.

나는 대왕손이다. 키는 164cm이고 몸무게는.. 나만 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글로 쓰지는 않겠다. 손 크기는 남들보다 크지도 작지도 않다. 하지만 음식에서 만큼은 손이 크다.


식당에 가서도 1인 1 메뉴는 허용할 수가 없다. 두 명에서 가면 3개의 메뉴는 기본이며 혼자 가서도 사이드 메뉴가 있다면 무조건 시키는 타입이다.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낫다'라며 이것저것 시켜보고 여러 가지 맛보는 걸 좋아한다.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요리할 때도 먹을 만큼만 요리하는 게 제일 힘들다. '간단하게 오늘 저녁에 먹을 찌개만 끓여하지' 하고서는 한 솥을 끓여서 꼭 다음날까지 먹고는 한다. 괜히 조금만 만들어서 부족해서 아쉬울까 봐 지레 걱정해서 먹고 싶은 만큼 넉넉하게 만들어 내놓는다. 배부르면 숟가락을 칼같이 내려놓는 남편과 다르게 내가 만든 음식을 남기는 게 아까워 싹싹 긁어먹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다이어트는 이번생엔 글렀다는 생각뿐이다.

고기반찬이 필수인 우리 집에서 1인분의 양은 기본 300g이다. 레시피를 찾아보면 300g은 2인분으로 사용되던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상한 건지, 다른 집이 소식하는 건지 진지하게 궁금해진다. 이 정도면 손이 크다기보다는 위가 크다고 해야 하나?


오늘도 역시나 점심에 간단히 샌드위치 만들어 먹자 해놓고는 이것저것 조금씩 더 추가하다 보니 뚱뚱이 샌드위치가 되어버렸다. '딱 반 개만 먹어야지' 마음먹고 시작했지만 식탐 많은 나에게 샌드위치 반개로 끝날 턱이 있겠는가. 배부르지만 남은 샌드위치마저 꾸역꾸역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도 후식으로 스콘 하나 먹은 것은 차마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겠으니 눈감아 주시길. 예견된 결말이지만 나의 위는 버티지 못했고 점심부터 밤까지 집에 있는 소화제는 다 때려 넣고서야 잠잠해졌다.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다. 넘치는 것보다 모자란 게 나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 식탐이지만 내일부터는 한 숟가락씩 덜어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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