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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주 Nov 27. 2024

기억 속 엄마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모습과 항상 지쳐 퇴근하는 모습만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매일 엄마에게 안기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엄마 품에 있고 싶었는데. 그때의 공허함이 아직까지 내 마음속 어딘가에는 남아있나 보다.


초등학생 때부터 롤 모델이나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쓰라고 하면 '우리 엄마'라고 항상 답했다. 어린 나이이지만 우리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희생하는 사람은 엄마였다는 걸 알았고, 밤늦은 시간 퇴근해서 집안일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도 한편으로는 다른 엄마들처럼 등하굣길에 데리러 와주길 바랐고, 학교 급식 도우미로 엄마가 와줬으면 했고, 엄마 품에서 잠들고 싶었다. 엄마가 오는 날은 입학식과 졸업식. 가끔은 학예회나 운동회에 와준 게 내 기억에는 다이다. 바쁜 엄마가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으로는 난 항상 엄마를 부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난 엄마처럼 힘들게 살지 말아야지 생각을 해왔지만 모순적이게도 어릴 때부터 봐왔던 모습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려고 했던 것 같다.


매일 밤 회사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싸우는 것이 어른스럽다고 생각했고 집안의 큰 결정을 하는 것은 여성의 역할이라고 보고 배워왔다. 하지만 혼자 고군분투하고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즘,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우리는 엄마 덕분에 잘 크고 있고, 지금 이대로 너무 행복하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돼." 힘들어하시던 엄마를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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