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에 이어 호주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자
퀸즐랜드 주의 주도인 브리즈번!
[9시간 30분 비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
새벽 6시 20분 호주 브리즈번에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를 타는 내내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설렘으로 가득 찼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비행기 안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두려움과 걱정, 불안,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긍정회로를 돌려 괜찮다는 말로 다독여봤지만, 소용없었다.
왜냐하면, 비행기 안에서 깨달았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호주에 오기 위해, 제대로 준비한 것도 없었고,
남동생 하나만 믿고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온 것이었다.
우리는 정말 호주에 무작정 온 것이다.
브리즈번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면서 그때야 깨달았다.
이십 대 중반 영국에서 어학연수 1년,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래전에 영어는 까먹었고, 과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쉽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잘 되지 않은 일이 여기서는 될까? 하는 의구심 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호주 세관은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다고 했다]
짐을 찾기 위해 캐리어를 기다리는 내내 갑자기 눈이 따가웠다.
그렇다고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잠을 자지 못한 탓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내 귀에 꽂히는 영어 때문에 우리가 정말 호주에 도착한 것을 실감했다.
그보다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공항 직원.
비행기 안에서 세관신고서를 작성했는지 묻는다.
"YES!"
세관신고서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본다.
세관을 받기 위한 줄이었다.
문득 잊고 있었다. 한국에서 짐을 싸는 내내, 그리고 우체국 직원분도 해주셨던 말.
호주 세관이 심해져서 통과를 잘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갑자기 공항에서 조차 못 나가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에 남편까지 덩달아 예민해졌다.
비행기 안에서도 남편과 세관신고서 작성 때문에 고민을 했다.
우리 뒤에 앉아있던 한국아줌마들도 비상사태였다.
"아이고야. 밑반찬이랑 김치 가지고 왔는데 이거 어쩌나?"
"다 버리게 생겼네."
음식물 반입 금지.
특히나 약이 물품 반입 금지.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상비약 양이 엄청났다.
처음에는 세관신고서에 약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칠까 하다가 세관 신고서 아래에 빨간 글씨로 적혀있는 경고글을 보고는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에 수정했다.
'만약 세관 신고서에 거짓말을 하면 벌금을 더 부과하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혹시 몰라서 한국에서 내가 가지고 온 약 이름들로 영어로 적어왔다.
그렇게 드디어 세관직원 앞에 섰다.
우리는 최대한 친절하게 웃어 보였다.
직원은 세관신고서를 보더니 어떤 약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한국에서 적어온 약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다행히 무사 통과되었다.
운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재검사 줄로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인종에 상관없이 호주 국민이라도 음식물을 들고 있으면 재검사 줄로 보내졌다.
차별은 없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옛날에 호주가 인종차별이 심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었는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남동생이 브리즈번 사람들은 다 친절하고 인종차별도 없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진짜였나 보다.
공항에서 겪은 이 일로 인해서 동생의 말을 완전히 믿어버리게 되었다.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맞아?]
우리는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당연히 밖으로 나오면 동생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겨줄지 알았지만, 아니었다.
동생이 차가 너무 막혀 주차장에 들어왔지만, 차댈 곳이 없다고 했다.
브리즈번 공항은 생각보다 규모가 정말 작았다.
호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가 맞나?
갑자기 우리가 호주 브리즈번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온 것인가?
음... 비행기에서부터 똑같은 생각과 결론짓는 말뿐이었다.
벌써부터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큰일인데...
생각을 고쳐먹자!!
그래도 우리나라 공항 같으면, (역시 외국에 나오면 애국심이 강해진다)
게이트를 나가면 차를 잠시 임시주차해서 탈 수 있겠지만 여기는 아니었다.
공항직원이 여기는 택시와 버스만 탈 수 있는 곳이라며 픽업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내렸갔다.
마치, 제주공항에서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가는 길처럼 되어 있었다.
그 길을 따라가니 수많은 차량이 줄지어서 가족 혹은 친구를 태우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이 올 때까지 차가 안 빠지니 교통체증이 말도 못 했다.
원래라면 동생이 미리 도착해서, 바로 휴대폰을 개통하려고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밖을 나오면 동생과 연락이 끊겼다.
여러 개의 캐리어와 무거운 백팩은 남편이 지키고, 나는 다시 공항으로 뛰어 들어가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동생과 연락이 닿았지만 여전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기를 오고 가고 다섯 번을 했다.
다시 또, 기다리고 있는 남편에게로 뛰어갔다.
여전히 동생 차는 오지 않았다.
15분이 흘렀고, 다시 나는 공항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동생을 만났다.
나와 남편은 잠을 한숨도 못 자서 피곤한 눈으로 동생과 브리즈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했던 대화는 한국이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생각한 호주는?]
자동차는 브리즈번 시티로 향한다.
창문 밖을 보는 호주의 풍경은 뭐랄까?
나는 광활한 자연을 기대했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남편은 여기가 미국이랑 똑같았다고 했다. 나는 미국을 가보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었다.
그럼 내가 생각한 호주는 어떤 거였나?
캥거루가 뛰어놀고, 자연이 광활한 들판을 꿈꿨는데, 그게 아니었다.
동생은 내가 호주에 대해서 실망을 하는 것 같자, 시티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핸드폰까지 개통한 후에
와이너리에 가자고 했다. 한국에서부터 줄기차게 얘기했던 와이너리였다.
우리가 피곤해도 여기는 첫날에 꼭 가봐야 한다고 했다.
동생 말이 맞았다. 여기 와이너리를 와보니 내가 정말 호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캥거루는 아니지만 왈라비라는 캥거루처럼 생겼으면서도 크기는 캥거루보다 훨씬 작은 난생처음 본 귀여운 동물도 보았다.
그리고 깨끗한 하늘과 공기도 느껴졌다.
"너무 좋다!"
음식과 술이 들어가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정말 합리적인 가격에 맛 또한 정말 맛있었다!
브리즈번에 오면 꼭 가봐야 할 와이너리라고 생각했다.
브리즈번아 일 년 동안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