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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트리 쇼퍼 Aug 13. 2023

막차 타고 겨우 온
호주 워킹홀리데이 놓쳤어야 했나?

<호주에서 집 구하기! 일 구하기! 이건 생존이 걸린 문제다!>

막차티켓을 얻었으니 계획은 거창하게!

처음 호주에 도찬한 몇 날 며칠은 그저 별생각 없이 지냈다.  

왜냐하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고민했던 거는 '과연, 호주에서 한국음식 없이 잘 버틸 수 있을까?' 뭐 이런 정도였다. 

철딱서니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도 나는 호주에 오기 전 한국에서 나름의 용기 있는 도전을 해보려고 계획을 세웠다. 

한국에서도 못해본 요가사업을 호주에 가서 해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것도 워킹홀리데이 외노자 신분으로 말이다. 그 계획은 다시 생각해 봐도 참으로 겁 없는 계획이었다.   

그래도 나라는 사람은 고민하는 시간에 차라리 행동하자는 주의였기 때문에 그동안 SNS와 멀리하던 삶을 청산하고, 인스타그램까지 개설하고, 사업 구상을 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저 이 사업이 잘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래도 나름 한국에서 10년간의 요가 강사경력과 회원님들께 사랑도 받고, 나름 좋은 요가 강사라고 자부했었기 때문에 잘 될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의 원천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게 한국을 떠나기 전 내 상황이었다.

 

그리고 남편도 커리어 전환을 위해, 6개월 동안 이용사자격증 학원을 다니면서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을 떠나기 이주 전에 이용사 자격증 시험을 끝냈다. 

한국을 떠날 때까지 결과는 알 수조차 없었고, 호주에 도착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물론 남편도 바버에 관한 아무런 경력이 없지만, 자격증을 따고 호주로 날아가면 우리는 바로 일을 구할 수 있는 무한한 믿음이 있었다. 

"호주는 한국보다 일자리도 많고, 바로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호주에서 집 구하기는 경쟁 그 자체였다! 

그런데... 집을 구하지 못했다. 그게 제일 큰 문제였다. 

우리는 집도 바로 구할 수 있을 줄 알아서 임시 숙소도 일주일만 예약했다.

제일 싸게 예약했다고 생각했지만, 일주일간 임시숙소에 낸 돈만 100만 원이었다. 

더 이상 임시숙소에 머물다가는 빈털터리 신세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든 일보다는 우선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요즘 브리즈번 상황은... 코비드 이후로 집값이 굉장히 많이 오른 상태였고, 워홀 하러 온 사람들도 많아 일 구하기도, 집 구하기도 말 그대로 경쟁 그 자체였다. 

경쟁하기 싫어서 한국을 잠시 떠나왔는데... 여기서도 또 경쟁이라니... 

정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미 호주에 왔는데...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정말 매일 아침부터 일어나서 저녁이 될 때까지 인스펙션(inspection)이라는 것을 하러 다녔다. 인스펙션이란, 집 뷰잉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인터넷 사진으로 본 집을 바로 계약할 수 없고, 직접 가서 집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인스펙션도 약속을 잡아야 하고, 그것도 바로 집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에이전시와 시간이 맞아야 했다. 우리한테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떤 집은 3주 후에 집을 볼 수 있다는 곳도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스펙션을 예약 해나서 자리가 없다는 답변도 많이 받았다. 


<뷰는 너무 좋았지만, 너무 비싸 포기했던 집> 


그리고 드디어, 우리에게도 인스펙션 약속이 잡혔고 우리는 집을 보러 갔다. 열댓 명 사람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 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돈이 너무 비쌌다. 

우리나라 돈으로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를 내야 하는 돈이었다. 우리는 고민을 했다.

한국이었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가격이었다. 당연히 그런 집은 보러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호주에서는 달랐다.  

어차피 다른 집들도 다 이 가격에 살아야 했다. 우리는 그래도 혹시나 더 싼 집이 있을까 하고 다른 집을 보러 간 사이에 우리가 마음에 들어 하던 집은 바로 팔렸다. 

그때, 알았다. 만약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인터넷을 켜고 에이전시에 우리의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야 한다는 것을.

지금 호주는 모든 게 온라인으로 대체된 상태다. 이것 또한 코비드 이후로 굳어진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당연히 직장도 없고, 외노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내야 하는 서류도 많았다. 

그래서 한 번은 간발의 차이로 우리가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방법을 터득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에이전시에서 제안을 한다. 세 달 치 월세를 한 번에 내고, 그리고 한 달 치 보증금도 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드디어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정말 한국에서는 살 수 없는 집값으로... 한 달 렌트비가 무려 215만 원...

눈물을 머금고 1년 치 계약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일을 구해야만 했다. 

일을 구해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랐다!!     




발 벗고 일 구하기? 그래도 우리 사업을 해보자! 

나는 그래도 일을 구하기보다는 이곳에서 여전히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브리즈번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썬브리즈번(SunBrisbane)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했다. 사업을 하기 전 요가 사업을 할 수 있는 렌트할 수 있는 공간을 빌릴 수 있을까 그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내 사업을 하든, 일을 구하든 호주에서 가장 처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텍스파일넘버(Tax File Number), TFN이라고도 부른다. 꼭 등록을 해야지만, 일을 할 수 있다. 세금 관련한 신고번호이다.

만약 개인사업을 하고 싶다면 ABN을 등록하면 된다.  


그래도 우리는 우선, 일을 시작하기 전 해야 할 것들은 다 한 상태였다. 

은행 계좌를 오픈했고, 텍스파일넘버도 만들었고, 집도 구했다. 


그리고 남편은 인터넷으로 이력서를 내기보다는 직접 이력서를 들고 바버샵을 찾아갔다. 

해외에서는 역시, 리액션과 스마일이 중요하다. 

물론 의사소통이 잘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긴 하지만. 

남편의 긴장된 손에 얼굴은 환한 웃음을 하고 몇십 군데가 넘는 바버샵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바버를 구하지 않는다는 대답뿐이었다. 




어서 와! 호주는 처음이지?

우리는 여전히 아침부터 나와서 일을 구하기 위해 브리즈번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호주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우리는 항상 나름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호주 사람들은 그것보다 더 부지런하다. 한국에 있을 적에 동생이 여기는 새벽 다섯 시부터 차가 막힌다고 했었다. 

난 그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호주에 있다 보니 그 말이 정말 맞았다.  

카페는 한두 시면 거의 대부분 영업이 종료된다.

우리는 저녁까지 이력서를 돌리고 다녔는데 힘들면 카페라도 가볼까? 하다가 구글맵으로 카페를 찾으면...

모두 닫았다! 결국 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녀야 한다는 소리였다.  

<울룽가바의 한적한 거리>


브리즈번은 인구가 250만 명의 도시인데, 길을 다니다 보면 사람이 없다. 

저녁이 되면, 상점도 대부분 닫혀있는 경우가 많다. 

인구 밀집도가 높았던 한국에서 넘어온 우리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자칫하면 지루한 도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력서를 돌리면서 우리는 후회를 했다. 

차라리 멜버른이나 시드니로 갔었어야 했나?

브리즈번은 날씨가 1년 내내 온화해서 휴양도시 같다.

지금 호주 계절은 겨울인데... 낮 온도는 26도다...

정말 겨울이 맞는 걸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겨울이라서 낯설다.   

마치 1년 내내 휴양을 온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뭐랄까? 친절하다. 

여유가 넘친다. 

여유가 없는 우리들은 이곳 생활에 과연 어떻게 적응할까? 

하지만 이제 집은 구했고, 일까지 구하고 나면 마음의 안정이 무엇보다도 쉬운 도시일 것 같긴 하다.  




호주에서 개인사업을?

우리는 한국을 떠나기 전만 해도 큰 포부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부터 호주에 도착해서까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한국에서부터 요가 스튜디오를 빌릴 곳을 미리 검색해 보았다. 그렇다고 그들과 컨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호주에 도착하면 잘 될 거라는 무한 긍정 마인드를 장착하고 왔다. 그래도 나름 나는 나만의 요가 사업이니 로고도 만들었다. 

요가아트. 꽤 몇 년 전 일이다. 

세명의 친구들과 함께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요가와 공연을 했던 전적이 있어서 거기서 따온 이름이었다. 그래서 나름 인스타에 이런 식으로 포스팅을 업로드했다. 

정말 요가 사업이 잘 될 것만 같았다. 큰 착각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호주에 와서 상가를 임대해 주겠다던 작성자는 연락이 두절되었고, 그나마 희망이었던 요가 렌털 스튜디오도 그렇게 길게는 렌털을 해주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한국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가, 막상 내가 생각한 작은 사업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자신감이 하락했다. 사업을 너무 우습게 보았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만약 이렇게 요가스튜디오를 빌릴 수가 없다면... 하우스를 빌려서 다른 방은 요가 스튜디오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기 호주 집값은 정말 어마무시한 것을 경험해서 그것 또한, 집을 찾으면서 포기했다. 

결론은 내 사업은 불가능이었다. 


그럼 이제 나도 일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데... 영어로 요가를 가르쳐야 하고 요가센터에 내 이력서를 내야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내 영어가 유창하게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예전처럼 동작 시범을 잘 못 보이기 때문에 영어가 잘 안 되는 나로서는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잡을 구해야만 한다. 

매일 같이 썬브리즈번,  Gumtree, Indeed, SEEK, Jora를 안 들어간 적이 없었다.

거의 SNS중독자처럼 몇 분마다 들어가서 보았던 것 같다. 

참고로 이 사이트가 호주에서 가장 일 구할 때 많이 찾는 사이트다. 물론 페이스북도 있지만, 나는 페이스북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내가 제일 애용하는 것은 썬브리즈번과 검트리였다.  

하지만 이력서를 제출해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내가 대체 여기서 이제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가? 불안과 초조함으로 나는 잔뜩 예민해진 상태였다.


남편 또한 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바버샵에 직접 다니면서 이력서를 냈고, 트라이얼(trial)도 해보았지만 정작 연락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한국에서 뽑아온 스무 장의 이력서도 바닥이 났다. 

한 달 동안 낼 집세 이상을 벌어야만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더욱 불안했다. 

우리는 호주에서 집세 215만 원을 내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 

남편은 방문 바버를 생각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가서 머리를 잘라주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컴퓨터를 켜서 포스터를 만들었다. 



꽤 근사하지 않은가?

썬브리즈번에 광고를 올리려고 문의를 했지만 이것 또한 돈이 든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금 우리의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카테고리에 게시글을 올렸다. 

제발 한 사람이라도 연락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하지만 역시 몇 주가 지나도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꾸준하게 이력서를 내고 다녔다. 

한 군데라도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제 남편은 호주에 온 것을 후회한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온 건가?

그저 워킹홀리데이 막차티켓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무작정 이렇게 온 건가 싶었다. 

인생에 한 번뿐인 이 티켓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내 욕심이었던 걸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물론 이 시간도 경험이 되겠지만, 지금은 일을 구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나 외국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은 구해지겠지?  


<매일 걷는 산책로, 이런 환상적인 풍경 때문에 그래도 다시 마음이 괜찮아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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