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라이즈(RIIZE) The 1st Mini Album [RIIZING] 앨범리뷰
라이즈의 '이모셔널 팝'은 도대체 무엇인가? 라이즈는 그들의 첫 번째 미니앨범을 준비해오면서 이 '이모셔널 팝'에 대해 감도 잡히지 않을 만큼 우리의 편견을 깨부쉈다. 라이즈부터 시작해서 최근 아이돌 그룹들이 스스로의 음악을 장르로 네이밍 하여 마케팅하는 사례가 부쩍이나 늘어났다. 특히나 멤버들이 직접 트랙 메이킹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음악적 능력치와 앨범의 퀄리티를 부각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마케팅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라이즈의 이모셔널 팝은 조금 다른 개념으로 다가간다.
라이즈의 음악은 일관성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데뷔 싱글 'Get A Guitar', 'Memories'가 기존 SM이 추구해 오던 SMP와는 정반대였기에 그것이 라이즈의 이모셔널 팝일 거라고 섣부르게 판단하기엔 이들의 음악은 너무나 다양했다. 올드스쿨 바이브의 붐뱁 'Siren'부터 2000년대 그루비한 힙합 'Talk Saxy', Y2K로 회귀한 'Love 119', 그리고 이번 미니앨범의 선공개곡이자 세련된 하우스 장르인 'Impossible'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장르들을 끌어왔다. 그러니까 라이즈의 이모셔널 팝은 그들이 시도하는 모든 음악을 일컫고 그것이 라이즈만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나 다양한 장르를 찰떡같이 소화해 내는 멤버들의 높은 콘셉트 소화력 역시도 라이즈가 단순히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까닭 중 하나일 것이다.
프로모션 방식 역시 새롭다. 6월 미니앨범 발매를 앞두고 지난 4월, 두 달이나 먼저 선공개 곡을 발매했고 직후에 타이틀 곡을 제외한 3곡의 수록곡 음원을 추가 공개했다. 앨범이 발매되기까지 무려 2달이나 앞선 시점에 나머지 트랙들을 선공개하는 방식이 흔하지만은 않은 발매법이기도 하고 함께 공개된 수록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자연스러운 라이즈 멤버의 매력을 담아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Korean Lyrics by 길정진 (Jamfactory) / 차메인 (ChaMane)
Composed by Peter Wallevik / Daniel Davidsen / Ben Samama / David Arkwright
Arranged by PhD
이들의 프로모션에는 또 다른 테마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라이즈의 '악기'시리즈인데 'Get A Guitar'에서 기타를, 'Talk Saxy'에서 색소폰을 메인 사운드로 활용하며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악기 시리즈를 이을 다음 타자로 베이스를 선택한 라이즈는 묵직하고 섹시한 사운드의 베이스를 여유로움으로 표현한다. 이들의 대표작인 'Get A Guitar'의 명맥을 그대로 이어가는데 'Get A Guitar'가 담백하면서도 청량한 매력을 가졌다면 'BOOM BOOM BASS'는 여유롭고 섹시한 매력을 가졌다.
'BOOM BOOM BASS'는 실로 대단한 라이즈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흡수했다. 인트로 없이 바로 벌스로 시작되는 곡은 원빈과 소희로 이어지는 여유로운 보컬은 순식간에 곡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단순하게 구성된 코러스 파트는 너무나도 직관적인 킬링 파트로, 디스코 비트가 중독성을 더하면서도 여유로운 바이브를 느껴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곡의 컨셉처럼 베이스와 쫀득한 슬랩을 적극 활용하여 곡 전반에 중심적인 사운드로 등장하는데 각 파트별로 완벽하게 완급 조절 된 사운드 구성이 곡이 가진 쿨함을 더해준다. 2절에서 등장하는 짧은 래핑과 이에 더해진 레트로한 신스와 사운드가 90년대 디스코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게 한다. 빠른 템포로 곡이 전개되는 앞부분과 달리 후반부에는 퍼포먼스에 크게 집중한 듯한데 댄스 브레이크 파트와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떠오르는 브릿지, 떼창 파트가 연이어 등장하며 분위기를 달궈 놓는다. 의도적인 강렬함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강렬한 쫄깃함과 여유, 그것이 'BOOM BOOM BASS'의 여유가 만들어낸 라이즈의 바이브다.
코러스의 안무도 파워풀하면서도 섹시한 베이스 사운드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멤버들의 스타일링은 전반적으로 차분해진 편인데 특히나 낮은 채도와 탁기, 가죽 아이템을 활용하여 빈티지한 섹시함을 연출했다. 검정 블레이저, 통 넓은 청바지에 흰색 크롭티, 굽 높은 구두, 진한 워싱의 팬츠까지 어디 하나 힙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뮤직비디오 역시 다른 SM의 아티스트와 비교적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지구에 착륙한 미지의 베이스를 찾아 혼란스러운 세상에 여유 가득한 라이즈의 모습이 믹스매치 되며 무엇이 진짜 이들의 라이징을 성장하는지 의미한다. 음악이 가진 임팩트에서 그치지 않고 안무와 프로덕션까지 라이즈가 이들의 첫 번째 앨범을 얼마나 신경 써서 준비했는지 체감하게 한다.
수록곡 역시 각자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선공개 트랙으로 활동했었던 'Impossible'은 세련된 하우스 비트와 청아한 보컬, 하우스 스텝의 정석을 보여준 코레오로 그야말로 f(x), 샤이니에 이어 SM의 하우스 명맥을 이을 주자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타이틀로 내세웠어도 무방할 만큼 완성도 높은 곡이었지만 'BOOM BOOM BASS'라는 엄청난 임팩트의 곡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독보적인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5번 트랙 'Honestly'는 라이즈의 첫 R&B트랙으로 무엇보다도 멤버들의 보컬에 크게 집중한다. 다소 차분하고 몽환적인 곡의 무드를 살려줄 수 있게 공허함을 표현하는 공간감 있는 사운드로 구성했다. 낮고 차분한 베이스, 이와 대조되는 신스 패드 사운드와 트랩 비트가 오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나 멤버들의 화음으로 구성한 파트가 돋보이는데 소희와 원빈의 수준급의 보컬과 앤톤의 부드러운 보이스가 더해지며 시니컬한 바이브를 오히려 편안하고 체념한 듯 표현했다. 6번 트랙 'One Kiss'는 라이즈의 첫 번째 팬송으로 선배 슈퍼주니어, 샤이니의 정취가 아주 강하게 묻어난다. 전반적인 곡 구성뿐만 아니라 2000년대 후반~2010대 초반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스트링 사운드와 경쾌한 드럼이 벅차면서도 아련한 그때 그 감성을 재현해 낸다.
뿐만 아니라 앞서 싱글 앨범으로 발매가 되었던 'Talk Saxy'와 'Love 119'를 비롯한 8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어느 하나 그냥 넘어가기 힘들 만큼 뚜렷한 존재감을 가진 트랙들이 켜켜이 쌓아 아주 견고한 라이즈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대중들의 취향을 충분히 관통할 수 있는 후킹함과 탄탄한 팬덤을 잡을 경이로운 비주얼라이제이션은 물론이고 라이즈를 2024년 가장 힙한 락스타의 모습으로 만들어 놓는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결국 라이즈는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라이즈의 디스코그라피들이 첫 번째 미니앨범 [RIIZING]를 위한 퍼즐이었다는 것이 딱 맞춰지는 순간이다. 그 마지막 조각이 'BOOM BOOM BASS'이었기에 라이즈는 이토록 여유로 가득할 수 있었다. 성장으로부터 여유를 만든 것이 아니라 라이즈의 성장은 여유에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