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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NS Jun 22. 2024

기꺼이 따라가고 싶을 ‘꿈'으로, 정한X원우

앨범리뷰 

정한 X 원우(SEVENTEEN) 1st Single Album 'THIS MAN'


#정한 X 원우

부석순의 뒤를 이을 세븐틴의 두 번째 유닛이 정한과 원우가 될지는 몰랐다. 어쩌면 세븐틴 멤버 중 가장 캐릭터가 양 극단에 있는 멤버로 비주얼도, 음색도, 스타일까지도 상반된 매력을 가지는 듯하다. 사실 이렇게나 상반된 두 사람이 만나는 조합이 오히려 더 재밌는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정한과 원우는 두 사람의 공통점을 컨셉으로 찾았다. 세븐틴에서 가장 다크한 매력을 부각할 수 있는 둘이기에 그들의 앨범은 검은색으로 가득하다. 색감뿐만 아니라 사전 프로모션 영상에서부터 세븐틴의 앨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얽히고설킨 세계관이 등장한다. '꿈속에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나요?'라는 문장과 함께 등장한 앨범명과 동명의 'THIS MAN'이라는 컨셉이 바로 그것이다. 디스맨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시전설로 전 세계인들의 꿈속에 등장하는 미지의 인물 '그 남자'를 지칭한다. 정한과 원우는 이 'This Man(그 남자)'를 메인 캐릭터로 차용하여 그들만의 오리지널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고 앨범을 관통하는 세계관은 두 멤버의 연결성을 부여한다. 



어둡고 캄캄하다. 서늘함까지 감돌만큼 이들의 프로모션 콘텐츠들은 진지하다. 마치 영화의 예고편을 방불케 하는 큰 스케일에 두 멤버는 완전히 캐릭터화되었다. 앨범 공개 후 무려 37분짜리 긴 오디오북 콘텐츠를 공개하며 그들의 스토리를 설명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어젯밤 (Guitar by 박주원)

Composed by WOOZI, BUMZU
Lyrics by WOOZI, BUMZU
Arranged by BUMZU


타이틀 곡 ‘어젯밤 (Guitar by 박주원)'은 사실 사전 프로모션 영상이 가진 묵직한 무게감에 비해 의외로 가볍고 단순하다. 대체적으로 구성도, 사운드 구성도 미니멀하다. 트랙의 정체성 같은 라틴 선율의 기타 리프와 몽환적 신스, 묵직한 베이스, 그리고 위에 얹은 멤버의 대조되는 음색으로만 곡을 채운다. 정한의 부드럽고 나른한 창법과 원우의 낮고 무게감 있는 음색이 상반되어 같은 파트를 부르더라도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이들이 설정한 컨셉과 잘 맞아떨어진다. 



기존 세븐틴의 타이틀곡에 비해 힘을 많이 뺀 모습이다. 구성 자체는 오히려 정석적인 케이팝의 질서를 따르며 코러스 파트는 세븐틴의 정규 4집 앨범의 수록곡 'Domino'가 떠오르기도 한다. 코러스 2 파트에서 등장하는 신스는 곡 전반을 환기시키며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긴 하나 조금은 올드하게 느껴진다. 마치 하우스 음악에서 사용될 법한 가벼운 신스가 묵직한 베이스와 대조되고, 앞선 파트에서 곡이 쌓아둔 무게감에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사실상 앨범에 완성도와 음악적 성공에 크게 집중하기보다는 정한과 원우의 유닛, 그리고 컨셉과 비주얼 기획에 크게 집중한 앨범이다. 두 사람이 음색이 이토록이나 정 반대의 개성을 지니는 만큼 정한과 원우의 세계관에서 그들의 캐릭터도 아주 상반되는 존재로 설정했다. 



정한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달콤한 꿈을 현실이라 설정하고 원우는 그런 정한이 만든 꿈을 도시를 위해 깨운다. 한 사람은 도시를 잠재우고, 또 한 사람은 깨우는 대척점에 위치한 캐릭터는 정한과 원우의 개성을 담아 정한X원우의 유닛을 마치 상징하는 듯하다. 스토리라인 작업에 소설 작가 조예은 님이 참여하여 그 완성도를 높였는데 특히나 도시를 잠들게 하는 정한 대신 이들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의 꿈(일종의 환상)을 깨우는 원우를 마치 악인처럼 느껴지게 설정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스타일링 역시 가사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마치 녹스(Nox), 밤의 신을 연상하게 하는 듯한 검은색 슈트를 착용했다. 뿐만 아니라 무채색의 목폴라, 나른한 실크 소재의 롱 로브, 시스루 레이스 베일 등을 활용하여 때로는 저승사자가, 때로는 영화 콘스탄틴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타이틀 곡 외에도 2곡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자 정한과 원우의 솔로곡이 포함되었다. 정한의 솔로곡 'Beautiful Monster'는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R&B곡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코드 진행, 아기자기한 신스가 귀여우면서도 약간의 드라이함을 가진 정한의 보컬과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매력을 더한다. 오히려 놀라운 점은 원우의 솔로곡이었다. 세븐틴에서 유니크한 깊은 보이스로 다크한 랩핑을 담당했던 원우이기에 그가 첫 솔로 트랙으로 발라드를 선택할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원우의 솔로곡 '휴지통'은 클래식한 사운드로 구성된 발라드로 떠나간 이의 상처까지 안고 기다리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휴지통에 비유했다. 원우가 직접 작사에 참여했고 깊고 허스키한 보이스와 정직하지만 담백한 창법이 만나 오히려 애절한 진심이 느껴지는 트랙이 되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해지는 스트링 사운드와 3절에서 키를 높여 그 분위기를 더욱 배가한다.



정한과 원우,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 앨범이다. 어쩌면 케이팝은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누가, 어떤 곡을, 언제, 왜 부르는지에 따라 곡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세븐틴의 10년이 가지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븐틴 멤버로 만들 수 있는 유닛의 경우의 수가 무려 8,177개라 하는데 그 어떤 멤버로 어떤 조합을 만들던 재미있고 신선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획이 나온다. 정한과 원우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느냐와 같은 도시전설처럼 말이다. 어젯밤 정한과 원우를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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