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백현(BAEKHYUN) The 4th Mini Album [Hello, World] 앨범리뷰
백현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압도적인 무언가가 느껴질 정도이다. 아이돌의 정석이자 대명사, 탄탄한 보컬부터 그의 말투, 습관, 마인드까지 케이팝 보이그룹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 없는 모든 조건을 갖춘 아이돌이 아닌가. 그룹 활동인 EXO부터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Super M, 그리고 솔로 활동까지 사실 백현은 그 모든 활동에 중심에 있었다. 백현의 뛰어난 아티스트적 역량은 물론이고 어떤 장르던 완벽히 백현만의 색으로 소화해 내는 그야말로 완벽한 육각형 아이돌이다.
백현은 3번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면서 스스로의 음악적 방향성을 어느 정도 명확히 찾은 듯 보였다. 그의 보컬적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린 R&B장르를 메인으로 데뷔 타이틀이었던 'UN Village'부터 ‘Candy'와 'Bambi'까지 꾸준히 그 길을 고수해 왔다. 타이틀뿐만 아니라 수록곡까지 다양한 R&B 곡으로 채워 넣으며 꽤나 완성도 높은 3장의 미니 앨범으로 성숙하면서도 그루비한 아티스트로 거듭난 모습을 보여줬다. SM 대표 프로듀서인 켄지부터 회색빛 R&B의 대표 아티스트 colde(콜드), 그리고 프로듀서 deez, Royal dive, dress까지 백현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R&B와 백현의 조합은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보인다. 특히나 SM은 R&B 계보라 칭할 정도로 꾸준히 R&B장르에 대한 강점을 보여줘 왔고 백현이라는 아티스트는 완벽한 그 주인공이었다.
백현의 군입대 이후로 그의 솔로 활동 공백기가 어느 정도 길어지기도 했고 R&B 명가 SM을 벗어나 독립하게 되면서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SM은 지금도 여전히 NCT 재현 등의 아티스트를 통해 꾸준히 SM 식 R&B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고 그렇기에 백현과 SM의 결별은 개인적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백현이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스스로의 활동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여전히 R&B를 고수하며 그의 음악적 장점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점은 그의 4번째 솔로 앨범과 3년 6개월 만의 컴백을 기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Lyrics by 박태원 / Shakka
Composed by Eljay / Shakka / Forever Noh / TMM / Dom Rivinius
Arranged by Eljay / Dom Rivinius
백현이 R&B로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모습은 사실 일관적이었다. 그룹 활동 EXO 시절 백현은 장난스럽고 다소 친근한 소년의 이미지가 주였기에 그는 솔로 앨범으로 성숙하고 섹시해진 남자의 이미지를 연출해 왔다. 지난 3개의 타이틀곡의 분위기를 이어오는 4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Pineapple Slice'는 리드미컬한 베이스가 특징인 R&B 팝 장르의 곡이다. 도입부부터 곡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신스가 조금 더 팝 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후반부의 레트로한 아웃트로 사운드 구성 역시 끝까지 그루비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무드를 이어간다. 무엇보다 백현의 보컬적 역량이 인상적인 곡이다. 그의 뛰어난 보컬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3분이 넘어가는 타임라인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여유롭다.
여유로운 백현의 보컬과 달리 곡은 쉴 틈 없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유니크함 보다는 정석을 따르는 듯한 구성과 빼곡히 채워져 있는 보컬 파트와 함께 들어차있는 사운드가 다소 후킹 할만한 포인트를 상쇄시킨다. 백현의 보컬 자체가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고 기교와 테크닉이 많아 곡 자체에서 완급 조절이 뛰어난 트랙과의 상성이 좋다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 'Pineapple Slice'는 아쉬운 곡이다. 보컬과 사운드가 조화롭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숨 쉴 틈이 없다.
백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앨범인 만큼 그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포부 [Hello, World]를 영화 장르에 빗대어 표현한다. 'Pineapple Slice'의 뮤직비디오 역시 약간의 스토리가 가미되어 있는데 파인애플 딱 한입을 베어 물듯 백현은 매력적인 뱀파이어로 변신했다. 전형적인 뱀파이어의 모습보다는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여러 오브제와 감각적인 촬영 기법과 이펙트로 표현했는데 'Pineapple Slice'가 가진 리드미컬한 바이브와 만나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또 백현의 파워풀하고 그루비한 퍼포먼스와 각기 각색의 개성을 가진 댄서들이 이국적이면서 시네마틱 하다.
백현과 꾸준히 합을 맞춰온 colde가 이번 앨범에도 역시 2개의 트랙 제작에 참여했는데 작곡과 편곡 전반에 참여한 1번 트랙 'Good Morning'은 그렇기에 콜드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동안 콜드와 백현이 호흡을 맞춰온 'Love Again', 'Love Scene', '또 새벽이 오면' 등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둘의 조합이 꾸준한 시너지를 냈기에 백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앨범의 첫 트랙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콜드가 작사에 참여한 3번 트랙 'Rendez-Vous'은 미디엄 템포 R&B로 'Bungee'를 만든 Royal dive와 'Privacy'를 프로듀싱한 JUNNY가 참여한 트랙이다. 어쩌면 백현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 느껴질 정도로 섹시하면서도 여유로운 무드를 백현의 목소리로 표현한다. 보사노바 리듬의 피아노가 리드미컬하면서도 로맨틱하게 백현의 보컬과 어우러지고 백현의 앨범을 기다려왔던 갈증을 있는 그대로 해소시킨다. 5번 트랙 'Woo'는 내리치는 듯 무게감 있는 드럼이 그루비하면서도 이와 대조되는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오묘하면서도 섹시하다. 직관적이고 구체적인 가사와 빠르게 전개되는 싱잉랩이 그루비하면서도 힙한 분위기를 만들고 점점 쌓여가는 사운드와 기승전결이 명확한 백현의 보컬이 인상적이다.
여전히 백현다운, 백현스러운 앨범이다.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백현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백현이 변하지 않았고 백현의 음악이 변하지 않았기에 충분한 그 의미가 있다. 백현 스스로에게도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는 도전과 같은 앨범이기에 그 포부를 가득 담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완전히 새롭지도 너무나 유니크한 것들을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앨범 자체가 가지는 의미, 여러 가지 매력을 담은 수록곡들 그리고 그럼에도 잃지 않은 유기성과 정체성이 여전히 백현을 견고하게 만든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백현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실력과 매력 덕분이겠지만 말이다. 백현의 세상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