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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귀의밥 Oct 13. 2024

4막의 시작무렵에

요즘 개를 간호하면서 한적한 시간이 많아져 조용히 생각해보니 내가 40대가되어 인생의 4막쯤이 시작되었다는걸 알게되었다.

40대라서 4막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막의 변화라 할만 극적인 변화가 몇번있었고 10대20대의 청소년기,학생기와 청년기(30대)를 거쳐 지금은 스스로 정체를 모르겠을만한 특이한 40대가 돼있어서 4막이 시작된거라 느끼고 있는것이다. 나름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뜨거웠던 2030시절은 지난여름 폭염처럼 지나가고 지금 가을처럼 다소 열기가 식고 조용해진 가을같은 상태가 찾아왔다. 재밌는것은 함께있는 개도 그런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는듯 보여진다는 점이다. 청년기에 함께했던 반려견이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여 툭하면 줄을풀고 밖으로나가서 야생동물들을 사냥해서 주인한테 혼나곤하는 힘센 맹견이었다면 지금있는 개는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삶의 험난함을 몸으로 겪고 도로에 피흘리며 쓰러져있던 개다. 자동차에 치인것 같고 아직 실밥을 안풀긴했지만 시력을 상실할것 같 살수는 있을것같지만 잘 걷지 못할수도 있다.

앞을 못보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것이 지금 내가 사회를 보지도 못하고 약소한 상태로 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닮았다. 사회는 이상이 아니라 개이스라엘이나 개친일파들이 학살을 일삼고 미국이나 유럽연합등 강대국들은 이권과 관련해 거기에 동조하는것과 같은 피비린내 나는 자본과 욕망이 지배하는 비이상적 약육강식의 현실이라는걸 알게되었고 사업이나 정치가 이루어지는 룸사롱이나 골프장같은데 한번도 안가본 나로서는 나의 앞을못보는 개처럼 이 사회가 어디로 나아갈지 보지를 못하는것이다. 또한 가진것이라곤 작은 마당과 몇마리 새와 로시난테2(차량), 회복하더라도 시력을 잃을가능성이 높은 작은개 한마리 사회적 영향력같은건 거의없다시피할 정도로 미미한 것이다. 정신과 몸의 체력도 자신감넘쳤던 2030때와 비교 아대략 10%정도로 떨어진것이 쓸쓸하게 물든 가을잎을 보는듯 하다.


회복중인 개가 종종 신음을 한다. 나의 개도 삶의 본질이 고통이란걸 체험으로 알고있는 것이다. 과거에 여자친구가 있었는지 짝짓기해봤는지 알수는 없지만 지금은 제대로 서나거 앞을보지도 못하는 상태인데 암컷이나 올라타 물고뜯으며 자기의 인내심을 시험해줄 새끼강아지같은건 생각에도 없는것이다. 나도 과거엔 선배들보고 다음에 룸사롱갈땐 나도 데려가라고 얘기해볼까한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하드코어 야동보는데도 지쳐서 실증이날 정도로 성에 대한 호기심같은건 폭풍에 날아간 여름꽃잎들처럼 싹 사라져버린것이다. 고전심리학의 기초를 만든 융이 심리의 기초를 성욕에서 찾은것에 비하면 매우 특이한, 심리학의 영역밖에있는 상태에 와있는것이다. 앞으로도 룸사롱엔 영영 안갈것같고 어쩌다 남자들끼리 놀다가 끌려가게되더라도 2차가서 "언니 우리 차마시고 놀아요. 그리고 나중에 혹시 누가 물어보면 애널로 두시간동안 했다고 말해주세요"할것같다. 나는 다소 특이한 심리상태의 인생 4막에 들어선 것이다.


마당엔 조용히 가을꽃들이 피고있다.

어쩌면 봄이나 여름에도 피었었지만 그땐 다른 크고 화려한 꽃들에 가려 잘 보이지않았던 꽃들인지도 모르겠다.  

도로에 쓰러져 병원에다녀온지 일주일만에 개가 오늘 배변에 성공했다. 낑낑거리길래 마당흙에 놓아줬더니 얼마있다보니 덩이를 놓은 것이다. 예전처럼 잘보고 신나게 달리기도하고 암컷을보면 잘 유혹하여 짝짓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2대 감각중 하나인 청각이 살아있고 주인이 쓰다듬으면 인지하여 반응할줄 알고 소화기능이 살아있고 아프거나 불편하면 낑낑거릴줄도 아는 것이다.


삶의 4막이 시작됐는데 화려하거나 절박했던 2030때의 자신이 아닌 약해진 상태로 어딘지모를 사막 가운데 던져진 상태로 깨어난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을 꽃들 피듯, 사막 어딘가에도 꽃이피고, 또 어딘가엔 오이시스같은 우물이 숨겨져있을 것이란걸 짐작할 수 있다. 폭풍과 폭염의 여름같던 102030은 지나갔지만 여기 이 사막같은 감춰진 매력을지닌 4막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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