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바닥인 내가 책을 찾아보고 읽기 시작한 이유가 있다. 군대를 전역한 친구가 알바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비싼 옷, 명품을 과시하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열등감으로 가득차 김밥 한 줄 사는 것도 쩔쩔매는 나의 통장잔고를 보고 스스로를 실패자라 결론 내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비싼 옷과 명품을 사지만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살래. 그때부터였을까. 보여지는 겉모습보다 내 인생의 중심을 무엇으로 둘 건지에 시간을 쏟기 시작한 게.
휴대폰 터치 한 번만으로 트렌드에 노출되는 현대 사회인들은 모방심리로 인해 보여주기 식의 삶을 살아가곤 한다.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과시하기 바쁘고 어떻게 해야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자랑하고 싶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 유행이 나쁜 것도 명품이 나쁜 건 아니다. 허나 자기만족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잘 사는 척, 행복한 척 ‘척하는 인생’이 이제는 삶의 기준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어디 학교를 다니는지, 어느 기업을 다니는지, 능력 있는 애인을 만나고 있는지 늘 인정받고 싶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겠으나 그 목적이 자신을 오래도록 살 수 있을까. 지금 모습을 예쁜 포장지로 겹겹이 포장했다고 뜯기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될까. 네모난 사진으로 보는 그들의 삶은 정말 행복하긴 한 걸까. 결국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들기 위해 보여주기 식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니 점검해야 한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효리는 이상순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의자 밑바닥을 열심히 다듬고 있었던 상순에게 “오빠, 여긴 사람들이 안 보잖아. 누가 알아주겠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상순은 “내가 알잖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상순의 말에서 효리는 남이 생각하는 나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보는 것.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보는 순간이 많아질 때 자존감은 높아지고, 결국 남 기준이 아닌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어렵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건. 하지만 그러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롯이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