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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문선 Nov 19. 2024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vs 꼭 피하고 싶은 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의 종류를 잠시 생각해 보니, 소위 말하는 <자기 개발서> 혹은 <성공학>과 관련한 책들이 많은 것 같다. 대학을 가거나 퇴근 후 남아있는 진액을 모두 써가면서 어학공부를 한 것은 학업에 대한 궁극의 목표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기보다는, 이렇게 해야만 성공이라는 것을 움켜쥐고 겨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언젠간 나도 이러한 ‘성공학’에 푹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시크릿의 론 하워드가 먼저 읽어서 시크릿의 모태도 삼았다고 알려진, <부자가 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the science of getting the rich)>을 원문으로 읽고 통째로 외우기까지 했다.


부자가 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의 핵심은 꽤나 간단했다. 3단계로 이뤄진 부자가 되는 방법은 이러했다. 첫 번째, 세상은 어떠한 물질로 이뤄져 있다. 두 번째, 이것이 우리의 인생을 바꾼다. 세 번째, 그 물질을 네 것으로 만들어라.


하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 보통 현실로 이뤄지는 길은 드물고, 우리는 우리가 배운 대로 그 실패의 이유를 우리의 간절함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을 내거나, 우리가 무언가를 갈망했던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곤 한다.


물론, 무언가의 명확한 목표를 꿈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계속해서 자신의 세운 목표를 자신의 머릿속에 되새기며, 노력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 자체가 성공의 여부를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누군가가 최종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그가 세운 목표의 명확함 혹은 섬세함 등의 목표 설정 방식이 주효했다기보다는, 그 사람 자체가 애초에 성공을 위한 '강력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어느 해외 사업가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글로 쓰고, 이를 넘어서 자신의 모든 웹사이트 암호를 자신의 목표로 써놔서 이를 강력하게 열망하고 결국 이를 이뤄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인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생각은 이 사람의 성공은 목표 설정 방식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 사람 자체의 성공 열망이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꿈과 열망이 살아 숨 쉬던 시대>에 붙을 붙인 삶의 방식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만들어 꿈과 행복의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

꼭 동명의 책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꿈을 효과적으로 나열하여 이를 실천하는 방식의 삶은, 기존의 “(연간) 목표 짜기의 집착”을 가진 많은 이들의 삶의 방식에 결합하여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이러한 방식을 고집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성공’ 혹은 ‘행복’에 대한 기준이 한쪽에 치우쳐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은 ‘어떤 재화의 소비자가 재화 1 단위당 얻는 효용의 증가분(한계 효용)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바꿔 말하면, 많은 것을 얻은 이의 만족감은 점차 떨어진다는 것, 쇼펜하우어의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는 말처럼, 우리는 많은 것을 욕망하지만, 실제 욕망한 것을 이뤘더라도 곧 권태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내가 만난 개념 하나가 ’더킷리스트(Duckit List)’이다.

더킷리스트는 버킷리스트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버킷리스트가 죽기 전에 반드시 하고 싶은 리스트를 의미한다면, 더킷리스트는 이와 반대로 ‘죽기 전에 꼭 피하고 싶은 일’을 뜻한다.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극단적인 실패만을 피하는 것 만으로도 삶을 안전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전함이, 그 평화로움이 곧 행복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앞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나의 최대의 목표 '버킷리스트'를 리스트업함과 동시에, 인생에서 무조건 피하고 싶은 '더킷리스트'를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이렇게 더킷리스트를 함께 고민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나는 나의 삶에 이전보다 조금은 더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된다.

버킷리스트를 이루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더킷리스트들을 피한 것만으로 나의 삶에 만족할 있을테니까.


-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로 운동해서 대단하게 몸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올해 거금을 들여 7개월 간 받았던 PT 비용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앞으로도 주 3-4회 운동만은 놓지 않는 것.


- 매일 7시간씩 건강하게 숙면있다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새벽 12시 - 2시에 깨어있지만은 않는 것.


솔직히 이제는 밤 새면 다음날 예전만큼 컨디션 회복이 어렵다.. 대신 12시 - 2시를 꼭 포함해서 잠에 들면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조금 덜 피로한 것 같다고 느껴져서 12시 - 2시는 최대한 잠에 들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 연구소 활동으로, 혹은 내 이름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

하지만 그보다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그저 공부만, 연구만 하는 것.


내가 혼자 좋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기업 내 부설 연구소 소장으로 존재하고 있는 한, 내가 하는 연구와 공부가 수익으로 이어져야 가치가 있음을 잊지 말 것. 때문에 내가 하는 연구와 공부가 보다 실용적이고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늘 고민할 것.

이것이 내가 맡은 역할의 당연한 책임이고 그걸 해내야 나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 이것은 철저히 나의 기준임을 밝힌다. 돈이 안 되는 것은 무조건 무가치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내가 바라는 최상의 목표, 내가 절대 원치 않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살아가려 한다.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무엇도 예상할 수 없는 시기이기에 더더욱 우리의 삶에 각자만의 더킷리스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의 삶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설정해두고, 그 안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하이리스트 하이리턴을 실현하며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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