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중에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다. 그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함에 있어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 옆에 있으면서 공부 및 생활을 도와준다. 그러한 임무를 맡은 사회복무요원 중 참 괜찮은 청년이 이번에 전역을 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한 편 적고 싶어 자판을 두드린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그 사회복무요원의 애칭은 '방글이'였다.인상이 참 선하고 항상 웃는 얼굴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면 상대방도 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함께 웃고 있다. 소위 말하는 '웃상'을 가진 참 바르고 멋진 청년이었다. 예의도 바르고 배려심도 깊으며 장애학생을 대할 때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출처: 블로그, 예니는 요즘 요래요
4학년에는 장애학생이 몇 명 있다. 그래서 4학년 체육 수업을 할 때 사회복무요원이 수업시간에 함께 하며 그 친구들을 도와준다. 지적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말로 의사소통이 안되고 꼭 세 살 아기 같은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체육시간에 조금이나마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돌발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방글이가 맡아주면 왠지 마음이 편하다. 그 학생도 방글이와 함께 있으면 밝은 표정으로 즐겁게 뛰어다닌다.
체육수업 학부모공개수업을 그 장애학생이 있는 반을 데리고 하게 되었다. 나는 방글이에게 부탁하였다.
"저기, 나중에 학부모공개수업 때 방글씨가 꼭 와주면 좋겠어요."
"조율해서 제가 그날 수업에 들어오도록 할게요."
"오호. 감사합니다."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저의 기쁨입니다."
마지막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방글이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을 하는 듯하여 상상해서 적어보았다.
4학년 체육활동 중 농구형 게임을 학부모에게 보여주려 계획하였다. 훌라후프를 두 명이 들고 있으면 같은 편 친구들이 패스로 공을 연결하여 자기편 훌라후프 안으로 던져 득점하는 놀이를 했다. 방글이는 그 장애학생과 함께 뛰어다니며 공을 잡고 패스도 하고, 훌라후프를 함께 잡고 골대 역할도 해주었다.평소에도 임무 수행을 잘해주었지만 그날 특히 더 멋진 호흡을 보여주었다. 장애학생의 엄마가 보시고 흐뭇해하셨을 듯.
하루는 4학년 체육수업 마치고 나가면서 나에게 말을 건다.
"선생님, 주말에 따님이랑 걸어가는 것 봤어요."
"아! 그때 딸이 유치원버스놀이 하자고 해서 함께 유치원버스 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거든."
"유치원버스놀이요? 하하. 따님이 키도 크고 귀엽던데요."
"하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기분 좋게 말해주는 능력을 가진 청년이다. 젊은 나이에 그런 능력을 갖기 쉽지 않은데,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 사회생활 하면서 습득을 하였는지 대단하다.
방글이는 직원체육 때도 함께 하였다. 보통 직원체육시간에 사회복무요원이 함께 운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방글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선생님들과 어울려 배구하는 것을 즐겼다. 배구라는 운동을 배워서 좋다고 하였다. 운동할 때도 참 열심히 뛴다.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운동을 한다. 우리 편의 득점 상황이 생겨 하이파이브를 할 때 항상 두 손을 아래로 내민다. 자신이 손아랫사람이라고 일부러 겸손한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손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참 예의 바른 젊은이이다.
잠시 쉬는 시간에 공을 발로 다루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물어보았다.
"공 좀 찼나 보네? 볼 트래핑을 잘하네."
"하하. 제가 축구를 좋아하거든요. 조기축구회 회원입니다. 하하하."
"이야. 대단하네. 거기 가면 전부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지 않나?"
"그렇기는 하죠. 하하하."
아마 조기축구회에 공을 차러 가도 공격수는 못하고, 수비수를 주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임에서 물주전자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 않을까 싶다. 방글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체육수업을 할 때 장애학생도 챙기고, 수업하는 도중 교구를 옮기는 상황이 보이면 바로 와서 도와준다. 참 센스 있는 젊은이이다. 대화를 나누어보면 이십 대의 젊은이지만 나를 배려하며 대화함이 느껴진다. 주변을 도울 줄 알고,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기분 좋게 해주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우리 아들이 나중에 커서, 방글이처럼 싹싹하고 예의 바르게 사회생활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가끔 마주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언제 전역하노?"
"11월 8일요. 군대로 치면 지금 상병, 병장급 정도 되었지요. 하하하."
"다시 민간인이 되면 뭐 할 계획이고?"
"스포츠의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려고요. 저는 입에 발린 말은 잘 못하는데. 물건을 잘 팔 수 있을는지. 하하하."
"아마 니가 웃으면서 잘 어울린다고 말하면 물건을 살 거야!"
판매 알바를 해도 잘할 것 같다. 손님에게 기분 좋은 미소로 대하면서 싹싹하게 말을 잘할 것 같다.
방글이가 전역하기 전 작은 선물이라면서 쿠키를 모든 선생님들에게 돌린다. 자신이 직접 각 연구실과 교실을 방문하여 쿠키를 전하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한다.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어디 있을까! 방글이가 가고 나면 그리울 것 같다. 전역하고 나서도 직원체육 시간에 와서 함께 운동을 한다고 하던데. 과연 정말로 올까? 전역하고 나서도 근무지에 다시 올까? 난 전역하고 나서 다시 부대에 한 번 방문해보기는 했었다. 사는 게 바빠서 마음은 있어도 다시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3월에 만나 11월에 헤어져서 함께 한 시간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참 기억에 남는 청년이다. 같이 지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뭔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교직원 연락망에서 방글이의 전화번호를 내 폰에 저장하고, 카톡으로 치킨을 한 마리 보내주었다. 내 코가 석 자이지만, 그래도 전역 선물로 치킨 한 마리 정도는 줄 여유는 갖고 살고 싶다.
참 괜찮은 사람은 어딜 가나 인정받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것 같다. 나보다 이십 년 정도 어린 친구이지만 참 배울 점이 많은 청년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해 임무 수행을 한다. 밝고 환한 미소로 주변 사람들이 덩달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방글이. 전역 후 민간인이 되어 알바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멋진 사회인이 되기를 바란다. 혹시나 길에서 마주치면 방글이 특유의 환한 미소로 나에게 인사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