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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Dec 20. 2024

음악을 즐기는 방식의 변화

노래를 듣고 부르는 구세대, 뮤비를 보고 춤추는 신세대

  인간에게 음악은 필수적인 예술이다. 원시인, 고대부족들은 자신들만의 음악을 통해 하나 됨을 느끼며 화합의 장을 마련하였다. 서양에서는 클래식, 우리나라에서는 국악을 오랜 옛날부터 즐겼으며 지금도 전승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요는 k-pop이라는 명칭으로 전 세계인들이 즐기고 있다. 한국가요를 즐겨 듣던 구세대와, k-pop을 즐겨 추는 신세대의 음악을 즐기는 방식의 변화를 적어보려 한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정도의 일로 기억한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카세트 앨범을 내 용돈으로 샀다. 그 앨범 안에 있는 곡으로는 '난 알아요.', '우리들만의 추억', '마지막 축제' 등이 있다. 그 노래들을 외우기 위해 노래를 한 소절씩 듣고 멈춘 후 가사를 적었다.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되돌리기를 하여 듣고 적었다. 그렇게 만든 나만의 가사집을 보며 노래를 수백 번 들으면서 외웠다.


  그 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HOT', '젝스키스'의 곡들도 가사를 받아 적으면서 공부하였다. 랩 부분은 특히 어느 부분에서 끊어서 발음하는지, 어떤 흐름으로 부르는지 유심히 살피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한 곡 한 곡 외워서 가사를 안 보고도 부를 정도가 되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각 소절씩 나누어 부르며 우정을 쌓았다. 꼭 내가 그 가수가 된 마냥, 내가 그 래퍼가 된 마냥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그 노래를 즐겼다.


  물론 그 시절에도 춤을 주로 추는 아이들도 있긴 하였다.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가 유행할 때는 모두 다 엉덩이를 때리는 춤을 추며 그 노래를 불렀다. HOT의 '캔디'를 부를 때는 다 같이 망치춤을 추고  있었다.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래도 춤보다는 노래 부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한국가요를 즐겼던 것 같다. 노래방 문화가 유행하여 가족 단위로, 친구들끼리, 회식할 때 노래방을 다들 많이 갔었다. 노래방에 가서는 모두들 가수가 되어 열창을 하였다.


  시간이 흘러 노래를 듣고 부르며 즐기는 세대들은 이제 구세대가 되었다. 요즘 신세대들은 노래를 보고 춤추며 즐긴다. 각 노래들의 포인트 안무를 외워서 다 같이 추고, 그 부분이 나오면 자동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유튜브나 틱톡에 챌린지 안무를 올리기 위해 춤 연습을 하고, 몇 번의 촬영 끝에 가장 멋진 영상을 편집하여 올린다. 그렇게 춤에 공을 들이는 세대이기에 춤추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뮤비나 춤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유튜브에 있는 안무 강습 영상도 바로 검색하여 시청이 가능하다.


  2022학년도 6학년 담임을 할 때 부엉이 모양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 샀다. 마이크가 두 개 꽂혀 있어서 두 명이 노래방에서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품이다. 그 블루투스 스피커를 나의 책상 위에 두고 수업시간에 마이크를 사용하여 수업하기도 하고, 미술시간에는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간단히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였다. 연말에 교실노래방을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연말에 교실 노래방을 할 테니,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친구들 앞에서 부를 수 있게 연습하세요. 선생님도 한 곡 부를 테니, 여러분들도 한 곡씩 부르면서 연말 노래방을 해보아요. 혼자 노래 부르기 부담되면 친구들과 함께 불러도 됩니다."


  졸업식을 얼마 앞두고 학년말에 교실 노래방을 해보았다. 아이들은 2010년생이다. 담임은 '015B의 이젠 안녕'을 불러주었다. 졸업식의 대표적인 그 곡을 담임이 불러주니, 감동을 받아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이들도 몇 명 보인다. 그다음 희망자들이 선곡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혼자 나와서 부르기도 하고, 두세 명이 같이 나와서 부르기도 한다. 그 아이들은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것을 그래도 즐기는 타입이었다. 친구들과 주말에 코인노래방을 다니며 노는 아이들.


  2023학년도 5학년 담임을 할 때도 아이들에게 연말 교실 노래방을 제안하였다. 그들은 2012년생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꼈다.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춤추며 노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이다. 작년 아이들과 2년 차이의 아이들일 뿐인데, 노래를 부르며 노는 것보다는 춤을 추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때 우리 반의 아이들이 유독 그랬을 수도 있고, 한 반만을 보고 일반화하기는 어렵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쉬는 시간에 여학생들 몇 명이 안무를 연습하면서 놀고 있다. 노래를 천천히 부르면서 춤을 잘 추는 친구가 못 추는 친구에게 동작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가르쳐주고 있다. 그렇게 며칠을 하더니, 다 같이 군무를 추면서 까르르 웃고 있다. 그 여학생들은 우리 반에서 참 모범생들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아이들이 춤도 열심히 춘다. 삐딱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춤추고 놀았으면 꼴 보기 싫었겠지만, 그 아이들은 그렇게 춤추며 노는 것도 귀엽고 예뻤다.


  교실 노래방을 하지 말고, 유튜브에 있는 '랜덤플레이댄스'에 맞추어 춤을 추자고 한다. 당시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랜덤플레이댄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아이들이 원하기에 노래방 대신, 랜덤플레이댄스를 해보았다. 랜덤플레이댄스는 최신곡의 주요 안무가 있는 부분만을 편집하여 여러 노래를 짜깁기 한 영상이었다. 10분가량 되는 영상이었는데, 아이들은 평소 자주 들어봤는지, 전자칠판 화면을 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동영상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노래를 틀어주자마자 춤을 연습하던 여학생들이 교실 뒤로 나가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흥이 많은 남자아이들 몇 명이 교실 앞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여자아이들은 서로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남자아이들은 약간 코믹스럽게, 과한 동작으로 춤을 추면서 난리를 부리고 있다. 교실 앞, 뒤에서 벌어지는 춤 퍼포먼스는 흡사 댄스배틀처럼 느껴졌다. 춤 추기 부끄러운 아이들은 자기 자기에 앉아 앞뒤를 번갈아보며 춤을 구경한다.


  아! 이렇게 노래를 즐기는 세대들이구나! 이 아이들은 노래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춤 동작을 따라 하며 요즘 노래를 즐기는구나! 이 아이들에게는 노래방을 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춤을 출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맞는구나! 그 장면을 보며 너무나도 큰 세대 차이를 느꼈다. 불과 1년 전 6학년은 노래를 불렀으나, 2년 차이 나는 이 아이들은 노래 부르는 것보다 춤추는 것을 더 선호하는구나!


  이 글은 적고 나니, 소속이 불분명하다. '사십 대 아저씨의 보통날'에 넣어야 하나? '초등교사 계속할 수 있을까'에 넣어야 하나? 글이 흡사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느낌 아니면 짬짜면 느낌이다.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세대가 흐르면서 변했다는 내용이 주제이니, 전자에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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