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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나 Jan 03. 2024

모두가 인지하는 기후 위기, 그러나 사람들은

도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 리뷰

지구에 사는 모두가 기후 위기를 인지하고 있다. 매년 심해지는 미세먼지, 12월에 내리는 비... 매해 우리가 알던 날씨가 아닌, 실시간으로 이상해지는 날씨의 변화로 우리는 가장 감각적으로 기후 위기를 인식한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시시각각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기후 위기는 내 앞에 닥친, 해결해야 하는 일보다는 부차적인 것, 비주류의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저자 환경 다큐멘터리 PD 최평순은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일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직접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기술된 책이다 보니, 기후 변화에 다소 무감했던 나 또한 어느새 책에 몰두해 있었다. “인류세”.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전 지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뜻하는 새로운 과학 용어. 이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거는 한 연극을 통해서였다. 아직도 다소 낯선 단어이지만, 나 또한 이 지구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한 인간임은 틀림없다.


1장은 소행성은 쳐다보지 마!, 2장은 대중의 언어, 3장은 이슈화의 최전선, 4장은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기라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책은 쉬운 단어로 누구나 쉽게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게 내용을 서술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자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알고 있었던 에어컨 문제, 벌꿀 실종, 새들의 죽음 등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일들이 기후 변화와 관련되어 있었음을 페이지를 넘기면서 알게 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를 살리기 위해 기업은 ESG 경영으로 경영방식을 전환하고 있고, 리사이클링 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이들은 비건식, 텀블러 사용, 재활용품 줄이기 등의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구를 보호하고, 지금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의 한 편에는 지구를 버리고 화성이라는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한 연구 또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환경에는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김산하 박사는 질문을 바꾸고 싶다. 왜 우리가 부끄러워하지 않는지 되묻고자 한다. 지구의 문제가 국경을 초월한 행성적 문제이고 우리 모두가 공동 운명체인데, 왜 우리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p.186)




매년 한국 사회에서 주목하는 상위 키워드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단어는 바로 ‘성장’이다. 가파른 성장으로 일궈진 지금의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장을 원하며, 이 성장은 곧 개인의 성장과 성공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앞을 향해서 나아간다.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그런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잠시 멈추거나, 조금은 뒤로 물러날 필요가 있다. 바쁘게 움직이던 다리는 멈추고, 잠시 멈추어 내 주변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사회 속 우리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기반을 돌아봐야 한다. 지구가 없다면 인간도 살아갈 수 없다. 저자와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앞만 향해 나아가는 사회, 기후 위기에 무지한 사회에 분노한다. 우리는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후 문제를 너무 등한시한 것은 아닐까?


기후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나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다.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이 더 우선시되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끔이라도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기후의 이상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일상에서 가장 가깝고, 사소한 행동부터 해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책 말미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감수성은 지구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그 태도가 실천적 연대로 이어진다면 지구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는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실천을 공유하는 것도 좋고, 가치 소비, 투표, 직접 행동 등 소비자, 유권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많다. 본인이 속한 영역에서 벽을 깨고 인접 분야와 같이 협력하고, 다른 사람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실천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방송 제작, 글쓰기, 강연 등으로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고 그것들이 내 생활 속 실천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넓혀주는 기회임을 알기에 소중하게 여긴다.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 만나는 이들의 눈빛과 마음에서 작은 희망을 본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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