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러 갔더니 60대 조리사 2명과 나처럼 보조로 일하는 조리원3명이 교대로 하는 일이었다.그저 집안일처럼 하는일이라 생각하고 주부로 살아온 세월이 그래도 20여년이라 자신있다고 생각했다.
아뿔싸!! 하지만 주방일은 완전 달랐다.
새벽 5시에 출근해서 3시 퇴근하는날과 오전 11시출근하여 8시 퇴근하는 시간대로 2교대씩 움직였다.그나마 같이 일하는 언니들이 잘해주어 처음 하는것 치고는 괜찮았다.
하지만 나와 한 팀이 된 김조리사는 경쟁자인 안조리사를 틈만나면 씹어댔다.음식을 못한다는둥.남은 식재료를 싸간다는 둥...매일 다른 버젼으로 뒷담화를 늘어 놓았다.
나는 솔직히 안조리사님과 더 친해서인지 뒤에서 흉보는 것이 싫었다.안조리사님은 나에게 정말 잘해주었다.시간이 갈수록 점점 남의 흉을 보는 것을 듣는것 만으로도 참 힘든일이구나 생각했다. 그분들은 전부 60대..50대 내 나이부터 시작해서 잔뼈가 굵으신 분들이었다.하지만 온 몸은 안 아픈데가 없었다. 매일 약먹고 침맞으며 240에서 250만원되는 돈을 벌기 위해 새벽같이 나오신다.정말 대단하다.
여태까지 몰랐던 세계를 알았다는것에 나 스스로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게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너무 많구나...라고 말이다.
여기서 7개월 정도 근무할때쯤 남편이 중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나도 달랑 트렁크 2개만 갖고 나왔고 남편 또한 트렁크 2개에 온 살림을 다 버리고 차마 버리지못하는 사진과 시어머니 유품만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다. 남편은 날 보자마자 할 말을 잃고 눈만 빨개지며 "일 당장 그만두어라"라고 말했다.알고보니 내 허리가 휘어있었던 것이다.
무거운 밥상을 매일 들고 나른것이 허리에 무리가 되어 그만 할머니처럼 굽은 것이다.그래서 그 다음날 바로 사표를 던졌더니 뒷담화쟁이 김조리사는 은근 좋아하며
"그동안 너땜에 힘들었어.너 자리로 그전에 있던 금숙이가 다시 올거야!!"한다.
헐..그래도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한가지 깨달은 것은 사람은 변하지 않아!!
맘씨를 잘써야 복이 오는것이다.그 후로 나는 절대로 남의 뒷담화는 하지 않으리라는 큰 가르침을 얻었다.
내가 7개월동안 번 돈이 무려 1470만원이나 되었다. 대단해!! 그후로 나는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년만 채우면 퇴직금을 받고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