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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회승 Aug 28. 2023

외로운 사람의 눈은 금세 표가 난다.

며칠 전 회의차 지국을 갔었다. 그때, 우체부가 우편물을 전하러 찾아왔었다. 마른 체형에 하얀 피부를 가진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물었다.

“000 씨 계십니까.”

“네 지금 퇴근하셨는데요.”

나는 먼저 일어나 답했다. 그는 서둘러 전자수첩을 내게 내밀며 사인을 권했다.      


 나는 사인을 해주며 우편물을 받았다. 전자수첩을 받은 그는 살짝 들뜬 어조로 다시 말했다.

 “원래 월요일에 전할 우편물인데 우편물이 하도 많아 오늘 전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전할 수 있는 우편물이 백여 통인데 글쎄 어제 이백여 통이 넘는 우편물이 들어와 오늘 전하지 않으면 월요일에 이걸 다 전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의 눈을 보고 “아 네.”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자 우리에게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한참을 토로하고는 뒤돌아 다시 서둘러 지국 문을 나갔다. 다른 곳으로 우편물을 전하러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가서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를 또 하겠지! 옆에 있던 동료 선생님이 말했다.

“아니 그 얘기를 왜 여기 와서 해.”      


 나는 말했다. “외로웠나 봐.” 그렇다. 분명 외로웠을 것이다. 사람이 빼곡한 전철 안에서도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깨를 수없이 부딪치는 종로 한가운데도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도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외로운 사람의 눈은 금세 표가 난다.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횟수가 잦기 때문이다. 그 우체부의 눈도 외로워 보였다. 지금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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