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5000원... 모처럼 잔치를 즐기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우리 아파트에 동네 잔치가 열렸다. 이틀간 아파트 단지 안에서 주민가요제와 야시장이 열린 것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시까지 열려 주말 저녁에 색다른 볼거리,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주민들도 아이들도 들뜬 주말 밤이 될 거라 기대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단지 안에 야시장이 열렸다. 그동안 안내 방송으로 주민가요제에 나갈 사람들을 모집하는 방송을 했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를 했다. 장르도 다양하다. 트로트부터 최신가요, 팝, 댄스, 가곡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만큼 곡 선정도 다양했다. 무대 위에서 그동안의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힙한 댄스를 추는 아이들, 나이 지긋한 노년의 가곡부터 살림 스트레스 날려주는 주부의 맛갈 나는 트로트까지 주말 밤이 뜨거웠다.
그러나 주민가요제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일단 놀거리 먹거리가 다양한 야시장에 관심이 쏠렸다. 풍선 터트리기, 과녁 맞추기, 물고기 잡기, 뽑기부터 어른과 아이들의 국민 대표 간식 떡볶이, 오뎅과 요즘 핫하다는 탕후루부터 회호리 감자, 염통꽂이, 번데기, 솜사탕, 핫도그까지 그야말로 없는 걸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가 아파트 한복판에 펼쳐져 늦은 밤까지 불야성을 이루었다.
나도 오랜만에 딸아이와 함께 불야성을 이룬 주말 밤을 만끽하러 야시장에 입성했다. 먼저 국민대표 간식 떡볶이와 오뎅을 사먹으로 갔다. 빨간 양념에 밴 떡볶이와 매운 오뎅의 조화는 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냄새부터 나를 홀리기에 충분했다. 먼저 매운 오뎅을 먹으러 갔다.
“오뎅 하나에 얼마에요?”
“네. 3000원입니다.”
“네!!! 떡볶이는요?”
“네! 한접시에 5000원이요”
오뎅 한 꽂이에 3000원, 떡볶이 한 접시에 5000원 한 접시에 몇 개 안되는 떡볶이는 그렇다치고 아무리 매운 오뎅이라도 3000원이면 좀 심한 가격이 아닌가 생각했다. 기대에 차서 나간 야시장인 터라 심한 가격 때문에 들떴던 마음에 찬물을 끼얹듯 싸늘해졌다.
주민가요제 앞에 펼쳐진 천막들 사이로 식탁과 의자들이 즐비하게 펼쳐져 주말밤 한잔 하고픈 우리네 아재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오징어무침 새꼬막 무침이 30000원, 파전 19000원 아무리 깜짝 주말 밤만 하는 야시장이라지만 좀 가격이 지나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모처럼 들뜬 마음으로 나온 딸아이에게 엄마로서 아무리 비싸도 아이들에게 내색하기는 힘든 법, 돈 만 원을 주고 바이킹도 타고 친구들과 회호리 감자도 사먹으라고 쥐어 보냈지만 좀 가격이 심하지 않나 라는 생각은 탕후루에서 더해졌다.
“탕후루 하나에 얼마에요?”
“네! 5000원입니다.”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탕후루 가게에 딸기 네 개에 3000원, 샤인머스킷은 네 개을 꽂아 4000원을 받고 있다. 사실 그것도 후덜덜한 가격이라 쉽게 사주지 못한다. 그런데 딸기 5개를 꽂아 5000원이라 좀 너무하다 심은 가격이었다. 회호리 감자 또한 감자 한 개 꽂아 5000원, 솜사탕도 5000원을 받았다.
물론 자릿세에 재료비 인건비등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잠깐 벗어나면 그의 반값 삼분의 일 가격이면 사 먹을 간식들의 비용을 너무 비싸게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짧은 여정이지만, 아파트 주민가요제와 야시장이 상인들과 주민들 모두 즐겁게 웃으며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조금씩의 배려와 양보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상인들은 이익만을 좇기보다는 많은 주민들에게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주민들이 맛보며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주민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웠던 이틀간의 동네잔치로 기억해 다음 해를 기다릴 것이다.
얼마 전 한 전통시장에서 7만원짜리 옛날과자 논란이 있었다. 어려운 상인들의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과유불급이라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지 않나 싶다.
딸아이에게 돈 만 원을 쥐어주고 씁쓸한 마음에 오뎅 하나 사먹지 못하고 뒤돌아왔다. 아마 내년에도 같은 가격에 판매를 한다면, 내년에도 나는 감히 사 먹지 못할 것 같다. 딸아이도 쥐어준 돈 만 원으로 바이킹 한번 타고 슬러시 3000원을 주고 사 먹은 것이 전부였다. 아파트 단지 안이 놀이공원도 아니고 유원지도 아닌데 말이다.
이틀간의 우리 아파트 동네잔치는 색다른 먹거리와 놀거리로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였지만, 유모차를 끌고 나와 아이의 손에 5000원짜리 탕후루 하나 쥐어 주는 엄마의 얼굴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충성한 가을만큼이나 상인들과 주민들 모두 조금씩의 배려와 양보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충성해진 잔치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