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PM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PM입니다.
나는 30대의 시작 즈음에 사업 기획자에서 PM으로 직무를 변경했다. 오늘은 내 삶의 단편과 왜 직무를 변경했고, 어떻게 현 직장인 쿠팡페이에 입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CF에 나오던 아름이는 아니지만, 공대를 나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기들이 개발자이고 학부 때 친했던 무리 중에 비개발자는 나뿐이다. 물론 나도 졸업 직후에 전산실에서도 일해보고 친구들과 허접한 App도 만들어봤지만, 개발은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개발을 하지는 않지만 IT 업계에서 일하는데 전공이 꽤나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PM은 개발팀과 소통할 일이 많은데, 그때 그들의 언어를 조금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기에 공대 출신이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개발자 출신 PM이 많은 까닭도 이런 것 때문 아닐까.
개발이 맞지 않다고 느낀 후 직무 변경을 위해 QA,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그러다 직전 회사에 정착하여 5년간 신규 사업 기획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B2B 비즈니스를 하는 핀테크사로 마이데이터, 대출비교 등 각종 API를 개발하여 중계하는 기업이었다. 이때 많은 금융기관 및 핀테크사와 협업하며, 자연스레 PM 역할까지 수행하게 됐다.
신규 비즈니스를 기획해서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것도 분명 멋지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조직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을 이끌고,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해하고 관리하고 리딩하는 역할이 더 재미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적인 PM이 되고 싶었다.
직전 회사에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성장하지 못하고 고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고, 약 1년간 마이데이터 관리사 외 6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에는 계속 마케팅/기획 쪽에 남을지, PM으로 직무를 변경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어서 동종업계로 이직할 경우 도움 될 만한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했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에 카카오페이, 한화생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PM 역할을 수행했는데 기업 내외부 담당자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소통 및 조율하고, 일정/비용/리소스를 관리하고, 변경 등 리스크가 발생한 경우 해결을 위해 escalation 하는 업무들을 경험하며, PM이라는 직무가 나에게 잘 맞고 앞으로 성장하면서 오랫동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직무 변경을 고민하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2. 앞으로 최소 20년간 수요가 있고,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인지
1번 질문은 직전 회사 동료, 선배들에게 물어서 답을 얻었고, 2번은 나 자신, 그리고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통해 답을 얻었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의 답을 얻었다는 뜻이다. 결국 많은 상담과 고민 끝에 PM으로 직무를 변경하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렇게 PM으로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공고를 찾는데 웬걸, 공고가 없다. 우선 나는 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B2C 기업에 가고 싶었고, PMO 조직 또는 PM 팀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PM 팀이 별도로 있는 기업이 몇 없을뿐더러 당시에 공고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노트북을 열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처럼 그간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나열하고, 프로젝트에서 내가 수행한 업무를 레퍼런스 기반으로 상세하게 작성했다. 주말 불태워서 이틀 만에 완성하고, 다시 원티드에 접속해서 공고를 확인하는데 쿠팡페이 PM 공고가 보이는 것이다! 그래도 안전하게 가기 위해 기획 겸 PM 업무라고 올라온 기업 몇 군데를 포함하여 이력서와 포폴을 제출했다.
사실 PM은 포트폴리오 제출이 필수는 아니지만, interviewer와 만나기 전에 그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쉽고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건 포폴 뿐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었다. 실제로 그덕인지 모르겠으나 한 군데도 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직무에 상관없이 경력직이라면 포트폴리오는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몇 개의 기업에 합격하고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사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던 곳은 쿠팡페이 한 군데여서 고민한 것도 아니었지만, 쿠팡페이 인터뷰 일정이 가장 늦었는데 이때 이미 다른 기업의 합격+오퍼까지 받은 상태여서 어쩌다 보니 고민한 모양새가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쿠팡페이 Fintech PM 팀에 합류했다! 국내에 PM 팀이 별도로 있는 기업이 몇 없는데, 쿠팡은 PM 팀과 TPM(Technical Project Manager) 팀이 모두 있어서 전문적인 PM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됐다. 그리고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모든 interviewer 분들이 인터뷰를 위해 많이 준비하고 오신 느낌을 받았고, PM이라는 직무 특성에 맞춘 질문의 퀄리티도 좋았다. 그리고 개발자 분과 1:1로 진행한 role playing도 신선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인터뷰 방식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결과적으로 지금 너무너무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합류 후 썰은 따로 풀겠다 :)
나는 mbti 대문자 I여서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집순이이다. 하지만 일할 때는 E가 되는 것 같다. 동료가 나에게 "사회화가 잘 된 I"라고 말해줬는데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아무튼 PM은 기업 내외부로 컴할 일이 많은데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면 PM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향적인 I가 아닌, E같은 I여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것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우당탕탕이긴 하지만 PM이라는 직무가 마음에 든다.
마치며
다음에는 Agile의 기초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