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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자장가

쓰다 2집 곡 별 코멘터리

by 쓰다 Xeuda

지난 화 : https://brunch.co.kr/@xeudamusic/25




가족이란 뭘까, 이소호 시인의 시집 <캣콜링>을 읽고 이야기 나누며 그래서 대체 가족이란 뭘까? 하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더라. 내 가족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가족을 만들고 싶을까? 내가 선택할 가족은 어떤 모양일까?


내가 새롭게 가족을 만들게 된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쉽게 상상해 보기로는 갓난아이에게, 아주 작고 가녀린 아이에게 어떤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자장가를 떠올리게 됐어. 엄마의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어느 날 네가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에 마음이 무너져내려도 언제나 곁에 있으니 안심하라고. 영원히 나는 네 편이고 네가 어떤 사람이 되건 어떤 행동을 하건 간에 너를 사랑한다고. 그러니 마구 부서져도 괜찮다고,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다고 언제나 우리의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을 맞아가며 아프고 괴롭겠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을 힘을 주겠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가족이란 애초에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당신이 완전히 무너진 어느 날,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것 같은 거 말이야. 그래서 다들 사랑을 하고 가족을 만들고 (어떤 형태로든) 마음을 주고받나 봐. 물론 모든 시도가 늘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IMG_7328.HEIC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아침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하며 만들었지만 결국은 나에게 들려주는 자장가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해. 적지 않게 쌓인 나이가 무색하게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인 것만 같거든.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사랑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 그렇게 불안해하다 실수하고 상처 주고 웅크리고 도망가는 사람. 이 불안을 영영 없앨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내 안의 불안을 잘 달래주고 잘 재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왠지 이번 노래를 만들면서 그런 사람에 한 발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


가장 흔한 코드로 가장 흔한 멜로디로 가장 흔한 말로 전하고 싶었어. 캐논 코드라고도 불리는, 머니 코드 중에서도 중에서도 젤로 흔한 코드. 나도 모르게 손이 절로 움직여서.. 이런 노래가 되었다.



혹시 영 잠 못 들고 있다면 자장가 듣고 오늘은 푹 잠들길.

이야기 들어주어 고마워. 그럼 이만!


- 2024. 07


https://youtu.be/_v3r9OTTkek?si=ix-ohdnbX1Svz50u

< 쓰다 - 자장가 >


자장자장 잘도 잔다

저 먼 바다를 건너보렴


자장자장 잘도 잔다

저 먼 우주로 날아볼까


서글피 울던 날들

전부다 다 여기 두고

너를 앗아갈 수많은 날들

생각에 또 눈물짓지만


자장자장 눈을 감고

마음의 묵은 짐을 털고

작은 잠을 불러보자

편안한 밤이 될 거란다


내가 가진 힘을 모두 너에게 줄게

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란다

네가 언젠가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와도

난 영원히 영원히 네 손을 잡을 거야


자장자장 잠이 온다

깊은 잠에 들어도 좋아

두려움이 몰려와도

네겐 이겨낼 힘이 있어


자장자장 잘도 잔다

깊은 잠에 들어도 좋아

작은 밤을 불러보자

편안한 밤이 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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