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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것들의 마을을 나가며

마무리

by 쓰다 Xeuda

여기까지 1집 앨범 [이름 없는 것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생각하며 글로 풀어내 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말하려다 보니 길어지긴 했는데, 돌아서면 또 ‘아 이 얘기했어야 했는데’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1집을 발매했습니다. 지난 음악 활동과 더불어 삶 전체의 한 파트를 갈무리하는 느낌의 앨범이기도 해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과 신경질적이었던 20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자각하지 못했던 순간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_CYY1435.JPG 사진 최예영 @yeng__p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다. 노래를 시작하면서부터 앨범을 만들고 세상에 내보내면서 늘 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부정적인 마음도 꺼내놓고 숨기지 말자고 말이죠. 저에게는 이 말이 다짐과 같았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행할 수 없으니 오히려 더 크게 다짐하고 말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저는 늘 나의 감정을 숨기기 바빴고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스스로를 괴롭히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1집을 내고도 이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어요. 알 수 없는 불안과 막막함이 언제나 제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겨우, 그 말을 알 것도 같아요.


앨범을 발매하면서 모든 세포 하나하나의 기억을 털어낸 기분입니다. 그리고 긴 시간 연재한 코멘터리로 다시 한번 나의 음악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은 텅 비어있는데 오히려 충만하고 고요합니다. 이렇게 비워낸 자리에 어떤 것들이 다시 채워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앨범은 오롯이 저를 위해 만든 앨범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과 지금도 어디선가 이 이상한 앨범을 듣고 계실 여러분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도 같아요. 좋은 예술작품을 보면 몸 안에 뭔가가 열리는 듯한, 뭔가가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나와 나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도 하니까요.


이제 저는 스스로를 보다 더 잘 살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전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 이제야 주변의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내가 행복한 만큼만 타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앞으로는 내 안에 작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더 작은 행복을 잘 따라가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의 음악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 탄생하게 될 것 같아요. 계속 이어질 쓰다의 음악과 글을 응원해 주세요.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쓰다Xeuda 1집 [이름 없는 것들] full album.

https://www.youtube.com/watch?v=1f9D4ru2r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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