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었다면.
“나쁜 짓은 절대 안 해요. 그냥 보기만 하는 거예요.”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취미를 지닌 공인중개사 ‘구정태’.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에게 흥미를 느끼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관찰 152일째, 그녀가… 죽었습니다.” 급기야 ‘한소라’의 집까지 드나들던 ‘구정태’는 어느 날, 그녀가 소파에 죽은 채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후 그가 ‘한소라’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협박을 시작하고, 사건을 맡은 강력반 형사 ‘오영주’의 수사망이 그를 향해 좁혀온다. 스스로 범인을 찾아야 하는 ‘구정태’는 ‘한소라’의 SNS를 통해 주변 인물들을 뒤지며 진범을 찾아 나서는데…
출처 : 네이버
이전부터 관심이 있던 변요한, 신혜선 배우의 연기합이 궁금해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어떠한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지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이 나오기에 거리낌 없이 선택하게 됐고, 나름의 매력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영화는 캐릭터의 특색이 충분히 묻어나도록 수다스럽게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남들에게 알리기 어려운 취미를 갖고 있는 그는 이 수다스러움으로 자신의 정체를 가리려고 하는 듯했습니다.
스스로 잘못이 없다는 듯 내뱉지만 결국 정당화일 뿐, 타인의 집에 동의 없이 침입하고 그곳에서 무엇인가 사소한 것이라고 판단해 물건을 편취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의 등장이 자칫 가벼움만 있을 것 같은 흐름을 조금씩 바꿔놓았습니다.
관심이라기에는 과하고, 단순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철저한 준비성이 눈에 띄는 그의 행동은 소소한 탐정놀이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에서 무엇인가를 해 주는 변태적 노력이 혹시나 더 심각한 범죄를 만들어 낼 것 같은 무서운 상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상황이 그의 입으로 전달이 됐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 근에 대한 서사가 충분하게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그가 그렇게까지 관심을 보이는 만큼의 궁금증을 유발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저 그의 관심이 갑자기 그녀에게 쏠렸듯, 관객의 관심을 강제로 돌리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는 캐릭터를 설명함에 있어 너무 말로 표현하려 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보여주기보다는 들려주려는 이 시도는 그녀를 다 담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SNS나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모습이 익숙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될 것이라는 안일함이 나은 결과 같기도 했습니다. 분명 그들도 각자의 사연과 모습이 있을 텐데 마치 하나의 특성으로만 흘러간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각 캐릭터를 설명함에 있어 분배의 실패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녀에 비해 그의 모습이 많이 보인 탓도 있지만, 각각의 서사를 쌓아감에 있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배우의 연기로 확실히 담아내고자 한 것 같습니다. 특성을 살리는 모습으로 캐릭터 그 자체가 어떠한 것인지 보여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말로써, 그녀는 행동으로써 자신을 제대로 드러냈습니다. 한 영화에서 각기 다른 특색으로 표현이 된 것은 어쩌면 재미있는 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도가 재미 포인트가 되기 위해서는 충분히 그들의 서사를 설명해 주었을 때입니다.
이러한 강제적 관심 전환과 함께 소소한 탐정놀이로 유쾌한 분위기를 보이던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자신의 집 안에서 난자된 모습을 보여주며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소소하지 않았으며 본격적인 수사 극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가 조금씩 증거들을 모으고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흐트러진 퍼즐 조각을 제대로 끼워 맞추고 있었습니다. 결국 전문가 못지않은 그의 행동은 과도함이 느껴졌고, 어쩌면 진짜 탐정에 재능이 있는, 아니 수사관으로써의 재능이 더 뛰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의 수사가 지속될수록 등장하는 형사들은 더욱 무력하고 존재가치가 희미해졌습니다. 가장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는 담당 형사조차 어딘가에서 놀아나는 느낌이었고, 그저 제3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실체와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리 놀랍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였기 때문에 새롭지 않았으나,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 마치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어떤 상황, 존재보다 자신을 우선시에 두는 자기애만 넘쳐나는, 흔히 내로남불, 자신에게만 관대한, 자기 연민에 빠진 복합적인 모습을 정확하게 담아낸 것 같으며, 설명이 더 많았던 캐릭터보다 훨씬 몰입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지루할 수 없는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수다스러운 말, 뛰어난 연기력으로 어렵사리 쌓아 올린 서사의 실타래가 갑자기 맥없이 쉽게 풀려버렸습니다. 물론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긴 했으나 쉽사리 해결되는 사건은 집중력 있게 보던 상황을 실망감으로 채웠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감정이나 캐릭터성이 더 깊이 있고 충분하게 다뤄졌다면 더 공감되고 집중되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재미를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에서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극명하게 말과 행동으로 구분되고, 그 와중에도 과도하게 하나의 캐릭터에만 너무 집중되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2부작 드라마 스페셜 같은 느낌으로 각 캐릭터를 담아냈다면, 훨씬 풍성한 느낌을 주었을 것 같으며, 이러한 생각을 반복할수록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 모습이 안타까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마무리된 영화는 속 시원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메시지에만 너무 집중을 한 것 같았으며, 특히나 감옥에서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은 노골적인 의도가 다분한 물음이었습니다. 이는 다각도로 볼 수도 있었던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 버리는 최악의 수였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인물이 그였다면, 조금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선택 때문에 마지막 말을 하는 형사의 이야기가 더 울림 있게 다가왔지만, 그 메시지에만 집중되기에는 전체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보여주는 선택으로 느끼게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전반적인 캐릭터 분량의 배분, 말과 행동의 과도한 분리가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각 캐릭터들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지만, 이 과도함 사이에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듯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변화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모든 관심이 그녀에게 향하고, 갑자기 탐정놀이에서 본격 수사물로 변하고, 갑자기 모든 사건이 해결됩니다. 이는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부드러운 연결을 놓친 까닭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집중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이후에는 전체를 바라보고 노골적 몇 마디 말이나 메시지가 아닌, 은은하게라도 인식시킬 수 있는, 더 진하게 남을 수 있는 영상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지금보다 더 보여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신혜선 배우가 궁금하다면.
평소 인터넷 방송이나 SNS의 인플루언서들에게 친숙하다면.
추리물이나 탐정물을 좋아한다면.
매력적인 두 주연 배우의 연기합이 궁금하다면.
큰 의미를 찾는 게 아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속도감 있는 전개와 빠른 결말을 원한다면.
두 배우 때문에 로맨스물을 기대했다면.
변요한 배우의 획기적인 연기 변신을 기대했다면.
인터넷 방송 및 SNS 속의 인플루언서나 방송인, 그리고 이와 비슷한 시스템들에 관심이 없다면.
무엇인가 울림이 있는 내용이나 특별한 메시지를 기대했다면.
수다스러움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너희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생략할게라는 식의 캐릭터 설명 부분에 대한 분배의 아쉬움을 배우의 연기력이 제대로 커버합니다. 그 결과, 눈에 띄게 연기 변신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반면 그는 너무 많은 말을 하면서 상황을 설명했고, 각각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선택이 옳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속도감 있게 유지함으로써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각 캐릭터를 부연 설명할 수 있는 공간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아,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연기가 너무 두드러져 이 부분이 다소 묻힌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만 몰두해, 두 주역 외의 캐릭터들을 소모적으로 사용한 것 같으며, 그 결과 일부 직업군들을 무능력하게만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메시지에 몰두하였으나 정작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말하기보다는 배우의 연기력을 믿고 제대로 보여주었다면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 5개 만점
★★★(스토리 6 연출 6 비주얼 7 오락성 7 재관람 6 연기 8 평균 6.6)
보여주기보다는 말하기, 말하기보다는 배우의 연기력에만 의존한 연출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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