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lation Reduction Act, 전기차와 현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매번 뉴스에서 들리는 이야기 입니다. 이곳, 런던에서도 굵직한 인플레이션 이야기들이 여전히 신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다뤄볼 이야기는 현대기아의 미국 배터리 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국내 전기차관련 정책으로 주식시장을 달궜던 시기가 있었는데 미국 전기차 시장이 어떻게 한국 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방지법, 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 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 법안은 복지, 친환경 기술,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인플레이션 감축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전기차와 같은 제조업 포함시킨걸까요?
그 이유는 해당 법률의 목표가 국내의 공급망 (supply chain)을 활성화시켜 [중국에게 뻇긴] 일자리를 [되]찾아옴으로써 공급망의 위험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국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함께 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원대한 목표에는 돈이 많이 들겠죠. 실제로도 369억달러 (489,002,490,000,000원)에 달하는 면세, 보조금, 연구 지원금 등을 뿌립니다. 정부 돈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기업의 돈을 끌어들이기로 합니다. 이왕이면 우리 애들 돈보다는 남의 나라 기업 돈이 좋겠죠? 전문 용어로는 투자, 아마도 미국 정부에서 더 원하는건 외국인 직접투자 'Foreign Direct Investment' 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결과적으로 2022년은 미국에게 배터리의 해였습니다.
미국의 think-tank Atlas Public Policy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전기차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투자금액은 약 73억달러 ($73bn)에 달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에서 발표된 프로젝트 금액(약 6억달러, Energy Monitor)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42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42bn). 이는 2번째인 헝가리보다 5배는 더 큰 금액입니다. 물론 발표된 금액이기에 실제 투자금액과 상이할 수는 있지만 금액이 굉장합니다.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사진에서 보이듯이 고속성장을 이뤄왔고 인플레 감축법안과 작년 11월에 바이든 대통령이 사인한 Infrastructure Investment Job Law는 이 성장세에 원동력을 더했습니다. 한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2022년도에 54.5% 판매량 증가를 이뤄냈다고하니 이 증가세를 어떻게 선점을 해나가는지가 앞으로 기업의 입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기업 역시 메가프로젝트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현대는 2022년 4분기 기준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면서 북미 시장 투자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투자만 해도 5억달러 (현대-SK ON)에 달합니다. 그 외에 다수의 한국기업이 미국 투자 결정을 했죠.
SK On-Ford BlueOval : $5.8bn (작년 7월)
LG Chem : $3bn + (작년 11월)
현대모터스 : $5bn + (작년 5월)
삼성 SDI-GM : $30bn (올해 4월)
LG Energy-Honda :$4.4bn (올해 1월)
현대모터스 +SK On: $5bn (올해 4월)
달러로 보니 실감이 안나지만 천억단위와 조단위를 오가는 금액입니다.
기업들은 투자할때 그냥 마음가는대로 투자하지 않습니다. 경쟁사의 공장위치 (서로 가까우면 물자받을때 교통비가 덜 들겠죠), 주 정부 에서 제공하는 보조금 혹은 세금감면, 인력충원 가능성 등을 염두해두고 결정하게됩니다. 작년 5월, 기아현대가 조지아에 투자를 결정했을 때 조지아 주 정부에서는 해당 투자를 유치하기위해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적극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주 정부의 세금감면, 보조금이죠.
하지만 법이 발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 감축법때문에 기존에 기업들이 받기로한 보조금이 위태로워졌습니다. 법에서 소비자들을 위한 전기차 보조금과 세금감면 조건을 걸었는데 현대와 기아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량의 가격, 소비자의 소득 기준 등도 있긴 하지만 기업에 요구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차 만드는 자제는 중국산 갖고오지마라 ($3750 감면)
2) 배터리 원재료는 2028년까지 100%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에서만 갖고와라 - 2023년부터 충족해야하는 비율 점진적 증가 ($3750 감면)
3) 차는 무조건 북아메리카 (캐나다, 멕시코,미국)에서 조립되어야한다 (필수조건)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의 전기차는 미국 밖에서 조립되어 수입되었습니다. 올해 2월부터 Genesis GV70 전기차 모델이 앨래버마 공장에서 조립되어 몇달 간 세금 면제를 받아왔지만 해당 차량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중국에 위치한 SK On 공장에서 공급해옵니다. 하여 올해 4월에 새롭게 시행된 배터리 수급 요구조건을 채우지 못해 세금감면 EV 리스트에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미국 경쟁사의 차량인 테슬라, 포드의 모델들이 전액인 $7500감면 리스트에 올라가있는 것을 보면 시장에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는 이렇게 되면 투자를 재고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보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작년 10월 쯤 미국 재무부에서 인플레 감축법안 상세 가이드 라인을 구축하기 전에 기업 공개적으로 서한을 남길 수 있도록 해둔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기업 삼성, SK 포함한 혼다, 토요타와 같은 외국계 기업들도 공개적으로 2번과 3번에 반대표를 던졌었습니다. 제가 기자로 일할 당시 현대 홍보실에서 "Very disappointing"이라는 말을 여러번 사용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반대해왔습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일본 정부, 유럽연합들도 이렇게 되면 WTO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겠다고는 했지만 미국과 유럽이 현재 우크라이나로 엮어 있는 시점에서 강하게 나가긴 쉽지 않습니다. 이후에 대미FTA를 맺은 적 없는 일본과 유럽은 미국에게서 그에 준하는 협약 비슷한 것을 맺어 조금 누그러드렀습니다, 우리나라는 WTO에 제소하겠다고는 했지만 결국 일본과 유럽이 힘을 합쳐주지 않는다면 유리한 위치에 있기는 힘들겠죠.
결국 불평은 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요구조건에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 5월에 발표한 $5.5bn (50억달러)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면 2025년쯤에는 현대기아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며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면서 북아메리카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하고 또 다른 배터리 합작공장 프로젝트 (SK On 합작, 50억달러)를 통해 인플레 감축 법안의 기준을 통과하고자 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energy.gov/eere/vehicles/articles/fotw-1275-january-30-2023-monthly-plug-electric-vehicle-sales-united-stateshttps://www.counterpointresearch.com/us-ev-sales-2022/
https://www.counterpointresearch.com/us-ev-sales-2022/
https://www.energymonitor.ai/sectors/transport/weekly-data-ev-battery-investment-us-outpaces-eu/
https://www.fdiintelligence.com/content/data-trends/the-worlds-top-ev-investors-82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