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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포 오 Jun 02. 2023

이탈리아 1위 피자집은 세계 1위일까?

이탈리아 미식 이야기


이탈리아 캄파냐의 프란체스코 마르투치 셰프가 운영하는 핏쩨리아 I MASANIELLI(이 마자니엘리)는 50 Top Pizza 가이드에서 몇 번이나 1위를 한 건지 최근 제일 핫한 핏짜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핏짜는 이태리 발음 그대로 적어야 아메리칸 피자랑 구분이 될 것 같은 마음에서 이렇게 표기하는 바이다)


이탈리아 1위 핏짜집이면 당연히 세계 1위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이 가이드의 특징인데, 이 집은 인터내셔널 순위로 해도 1위이다.


인터내셔널 순위는 다른 나라 식당이 1위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일단 순위권에 들어도 그걸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최근 이 집이 몇 년째 1위를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참고로 이 가이드는 서비스나 인테리어 같은 외부적 요인은 배제하고, 오로지 음식 맛으로 점수를 매긴다.


아무튼 캄파냐 주는 이탈리아 남부이자 우리가 잘 아는 나폴리 스타일의 핏짜를 먹는 곳인데, 나폴리 핏짜는 사실 내 취향은 아니다.


내가 살았던 토스카나, 특히 피렌체 쪽에서는 얇고 크런치한 핏짜를 만드는 곳이 많다.


이런 크런치한 스타일 또한 핏짜의 한 갈래로 볼 수 있는 지역적 특징이고, 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먹던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습관성 입맛일지도.


주문과 서빙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라 예약에 실패하더라도 웨이팅에 도전해볼만 하다.


아무튼 최근 이 핏쩨리아에서 감동을 먹은 후로 (작년에만 3번 방문) 나는 50 Top Pizza 가이드를 신뢰하게 되었다. 나폴리식 핏짜와 Gourmet Pizza를 선택하는 좋은 가이드가 아닐까 싶다.


이 핏짜 가이드를 발행하는 살레르노라는 곳은 나폴리 아래쪽에 있는 동네이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 스타일인 나폴리 핏짜가 전반적으로 높은 순위에 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리스트에 뽑히진 않아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로컬 핏짜집들이 많은데, 동네 사람들도 줄 서서 먹는 이 집의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비단 이 집뿐만 아니라 순위 50위 안에 드는 대다수 핏쩨리아들의 모토는 지역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는 모짜렐라와 부팔라, 피오르딜라테 등의 신선한 치즈와 토마토, 바질이 미친 듯이 생산된다. 이 좋은 재료들로 맛없는 핏짜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집만의 특별한 점을 말한다면 빵(도우)이다.


이 집은 숙성한 반죽을 한번 쪄낸 후에 기름에 튀기고, 마지막으로 뜨거운 오븐에 구워내는 3단계를 거쳐 핏짜 도우를 만들어낸다. 빵이 부드러움과 크런치함, 그리고 오븐의 구수함까지 다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이해가 되실는지 모르겠다.


메뉴에 따라 도우의 종류가 다르니 메뉴판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


나이 먹으면서 빵이 소화가 잘 안 되는 것도 있고, 원래부터도 핏짜 가생이 부분을 잘 안 먹어서 도통 나폴리 핏짜의 매력을 몰랐다.


하지만 두툼하면서도 고소한 이곳 나폴리 핏짜는 내 취향을 뛰어넘는 황홀한 맛이었다. 이 집 맥주 리스트 또는 지역와인 셀렉션을 페어링 해서 즐긴다면 정말 축복받은 테이블이 될 것이다.


이곳은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와 제철 재료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몇 번을 가도 새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남은 핏짜는 가져갈 수 있으니, 기왕 방문한 김에 여러 가지를 시켜볼 것을 추천한다.


같은 동네에 셰프의 친동생인 샤샤 마르투치가 하는 핏짜집도 매번 순위권에 있으니, 예약에 실패하면 동생 핏짜집이라도 들르시길. (참고로 난 여긴 아직 못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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